봉합되는 듯했던 KB금융지주의 내분이 되살아나고 있어 금융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난 8월 26일 국민은행은 김재열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상무)와 문윤호 KB금융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장(상무) 3명을 업무방해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은행 소속인 조 본부장은 검찰 고발 전날 이미 해임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이 3명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IBM 시스템을 유닉스로 교체하기 위해 유닉스의 위험 요인을 알면서도 이사회 보고서에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KB금융의 전산시스템 교체 안건은 지난 4월 이사회를 통과했으며 이 문제는 지난 3~4개월간 KB금융과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었다.
국민은행의 검찰 고발이 유난히 주목받는 까닭은 KB금융의 내부 갈등, 즉 KB금융과 국민은행,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간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통보했으나 2개월여의 시간을 허비한 끝에 ‘경징계’로 수정했다.
지난 8월 22일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과가 나올 때만 해도 KB금융의 내부 불화가 잦아들 것으로 예상됐다. KB금융도 경징계 결과가 나온 직후인 지난 8월 22~23일 이틀간 경기도 가평 백련사에서 최고경영자(CEO)들과 임원들이 함께 ‘템플스테이’ 행사를 가지면서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템플스테이 행사 이후 불과 사흘 만에 국민은행의 검찰 고발이 나오면서 불화설은 되레 더 확산됐다.
게다가 템플스테이 행사 기간, 이 행장이 임 회장과 KB금융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일정을 마치지 않고 먼저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KB금융 내부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데까지 나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초 템플스테이 행사에는 회장과 행장을 비롯해 참석한 임원들이 모두 한 곳에서 자기로 했으나 지주사 쪽에서 임 회장의 불편을 걱정해 별도 샤워실과 방을 마련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이 행장은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계열사 CEO들과 고성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행장은 “내가 떠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먼저 행사장을 나왔다고 한다. 템플스테이 행사가 화합하자는 자리가 아니라 갈등을 확인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이번 일은 단순히 KB금융 내부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낮춘 금융당국에 이미 불똥이 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수현 금감원장은 KB금융의 주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를 보류했다고 전해졌다.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는 금감원장이 최종 사인해야 확정된다. 금감원장은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 원장이 제재심의 결과를 보류했다는 것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최종 사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은행이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듯하다”고 전했다. 만약 최 원장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KB금융 사태는 그야말로 ‘막장’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KB금융은 현재 안팎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추락한 이미지를 하루 빨리 회복시켜야 하며 LIG손해보험 최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주전산기 운영 문제도 교체든 연장이든 이미 확정했어야 했다. 이러다가 정말 이 행장이 우려한 전산 시스템 마비 사태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 국민은행 도쿄지점과 오사카지점은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4개월간 신규영업 금지 조치를 받은 상태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출근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금융 경영진은 끝장이라도 볼 듯한 집안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말로만 갈등이나 불화가 아니라고 떠들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회장님과 행장님은 무주택자? 현 주소지 모두 ‘남의 집’ 법인등기부상 임영록 회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거기 살고 계신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임 회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소유자는 김 아무개 씨로 1932년생 여자였다. 이건호 행장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 역시 소유자는 서 아무개 씨로 1958년생 여자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모두 이에 대해 “개인적인 사항은 공개하기 힘들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한편 임 회장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2005년 5억 8800만 원, 2009년 1억 3200만 원의 근저당권이 각각 설정돼 있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