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배우 신하균 씨 | ||
경찰도 애를 먹긴 매한가지다. 몇몇 연예인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수사 관련 사항이 낱낱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됐고 유력한 용의자들이 모두 잠적하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신하균을 비롯한 연예인 세 명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달 16일, 서울 청담동 가라오케를 운영하는 구 아무개 씨(33)의 입을 통해서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구 씨가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유명 그룹 출신 가수 K와 영화배우 S, 댄스가수 L 등이 가게를 찾아와 엑스터시를 복용한 듯한 모습으로 ‘도리도리’ 춤을 추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 엑스터시는 한 번 복용하면 4∼6시간 정도 환각 상태가 지속되는 알약 형태의 마약.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춤을 출 때 더 큰 환각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도리도리’라고도 불린다.
구 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경찰이 연예인 S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는데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이니셜 놀이’(이니셜의 주인공이 누군지 찾아내는 행위)가 시작됐다. 하루 뒤인 26일에는 ‘X파일 4탄’이라는 괴문서가 유포되면서 ‘연예인 마약설’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를 통해 문제의 S가 신하균임이 알려졌고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것. 순식간에 마약 복용설에 휩싸인 신하균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고 매니지먼트사인 팬텀엔터테인먼트 또한 펄쩍 뛰었다.
결국 신하균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경찰에 자진 출두해 도핑테스트를 받았는데 1차 시약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2차 테스트를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의뢰한 3차 모근 테스트 역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한 연예계의 반발이 대단하다. 특히 범죄자의 진술 하나만 갖고 한국을 대표하는 톱스타를 하루 아침에 마약 사범인 양 만든 수사 기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사실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는 검찰과 경찰이 연예인이 사건 사고에 연루될 때마다 이를 언론 플레이로 악용해 왔다는 피해 심리가 대단하다. 이런 불만이 이번 경찰의 엉뚱한 신하균 지목으로 극에 달한 것이다.
경찰도 한숨을 내쉬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사건의 중심에는 지휘하는 경찰도, 조사대상인 용의자’도 없었다. 오히려 사건 ‘시작’ ‘종결’ 등의 단어를 써가며 지휘한 것은 오히려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었다는 것. 이번 사건을 맡은 마포경찰서 강력2팀 담당 형사는 “마치 경찰이 피의자의 얘기만 듣고 인기 스타의 이미지를 먹칠한 것처럼 보여져 안타깝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경찰은 그저 가만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약 수사는 제보자 진술, 신빙성 파악, 수사 여부 결정, 압수수색 영장 발부, 테스트 방법 선택 등의 순서로 이뤄진다”는 담당 형사는 “연예인의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되는데 유명세를 감안해 테스트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더욱 신중을 기하는 부분이 다른 이들과의 유일한 차이점. 이번에도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내용이 이니셜로 기사화되면서 사건이 꼬이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신하균에게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인지한 마포경찰서 출입 기자가 그 내막을 취재해 기사화했고 이는 연예 전문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담당 형사는 “피의자를 보기 위해 경찰서에 들른 가라오케 직원들을 통해 해당 연예인의 이름이 일부 취재진에게 새나간 것 같다”면서 “경찰의 입을 통해 신하균의 실명이 거론된 것처럼 알려져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매스컴을 통해 ‘시작’된 수사는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종결’됐다. “지난 6일 신하균이 3차 테스트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아 수사가 종결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고 무척 당황스러웠다”는 강력 2팀은 “7일 오후까지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는 국과수로부터 감정 의뢰 결과를 통보 받지 못했다”고 얘기한다. 국과수에서 3차 테스트 결과를 마포경찰서에 통보하기 이전에 먼저 결과를 알게 된 신하균의 매니지먼트사인 팬텀엔터테인먼트 측이 그 내용을 매스컴에 알려 기사화된 것이다.
반면 팬텀엔터테인먼트 측은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경찰이 신병 확보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우리는 경찰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 없다”며 경찰 측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또한 “사건의 원인 제공자로서 지울 수 없는 타격을 준 구 씨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음해성 루머를 퍼뜨린 네티즌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지에 대해 신하균은 “아직은 판단력이 미숙한 어린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에 이번만은 덮고 넘어가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익명성을 타고 순식간에 번지는 루머가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물론 피의자 신분이긴 하나 이번 수사에서 경찰에 제보자 역할을 한 구 씨가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피소당할 상황에 처해 담당 경찰은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런데 경찰은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고 얘기한다. 신하균을 비롯한 연예인 관련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번지면서 구 씨의 증언을 통해 수사의 용의선상에 올린 인물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춰 버린 것이다. 담당 형사는 “수사 대상이 사라지면서 사건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한다.
다만 구 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올랐던 신하균이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구 씨의 진술은 상당 부분 신빙성을 잃은 게 아닌 가 싶다. 이에 대해 강력 2팀은 “먼저 신하균의 영장을 신청한 이유는 그가 유력한 용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주거와 신분이 확실해 소재 파악이 용의했기 때문일 뿐”이라고 밝혔다.
문지연 뉴시스 기자 seoulj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