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가에서 식당 간판을 내걸고 성매매 등을 알선해온 퇴폐 업소가 적발됐다. 아래는 경찰이 현장을 급습해 드러난 업소 내부. | ||
이 변태 업소는 1년여 전부터 주택가에 은밀히 침투했으며 서울에서 한때 유행하다 수그러든 속칭 ‘방석집’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업소 측은 그동안 안내원을 고용해 손님들이 출입할 때만 문을 열어주는 등의 방법으로 경찰의 단속을 피해 왔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업소는 맥주 판매와 성매매로 하룻밤에 700만~850만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며 지난 1년 동안 월 평균 1억 5000만 원 이상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주위에 ‘상류층 인텔리’로 알려진 이 업소의 업주 부부는 세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게 명의를 여종업원들 앞으로 번갈아가며 등록하는 ‘꼼수’까지 부려왔다고 한다. 이 ‘퇴폐 식당’ 안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지난 2월 하순 어느 날 인천시 남구 용현동 한 주택가로 들어서는 도로 주변. 식당 간판을 달고는 있지만 건물 외부엔 창문도 없고 출입문 하나만 달랑 있는 한 허름한 업소 앞에서 새빨간 일본풍 교복을 입은 몇몇 여성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 여성들은 지나가는 남성들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거나 뭔가 얘기를 걸었다. 여성들의 이 같은 호객 행위 장면은 마침 근처를 순찰 중이던 경찰관의 눈에 띄었다. 경찰은 그동안 이 업소가 술도 팔고 성매매도 이뤄지는 ‘방석집’식 영업을 하는 곳임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일반음식점으로 위장하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던 중이었다.
이날의 요란스러운 호객행위를 보며 퇴폐 영업을 하고 있음을 확신한 경찰은 이 업소를 ‘기습 단속’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정보를 수집한 끝에 이 업소가 식당 공간 외에도 바로 뒤에 연결된 주택을 비밀 영업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단속 디데이(D-day)로 잡은 날은 지난 2월 22일. 인천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관 8명과 학동지구대 소속 경찰관 4명 등 총 13명은 식당 주변에 잠복한 뒤 손님들이 업소에 들어가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한두 무리의 남성들이 일본풍 교복을 입은 여성들의 손에 이끌려 업소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퇴폐 영업 및 성매매)을 직접 포착하기 위해선 조금 더 때를 기다려야 했다. 이런 업소는 통상 30분을 기준으로 음주와 음란쇼, 그리고 성매매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 그로부터 30여 분 후 경찰은 식당 정문에서 망을 보고 있던 안내원의 눈을 피해 건물 뒤편에 있는 주택가의 담을 넘어서 식당 및 2층 주택을 덮쳤다.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이 업소의 13개 밀실 중 3곳에서는 알몸 상태의 여성종업원 9명과 마찬가지 상태인 남성 8명이 테이블과 방바닥, 침대 위 등에서 뒤엉켜 있었다.
▲ 식당과 연결된 주택 2층. | ||
남성들은 이곳에서 여종업원들과 알몸으로 뒤엉켜 술을 마시다 즉석에서 옆방으로 가 성매매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식당 내에 자리가 없거나 보다 은밀한 곳을 원할 경우 뒷문을 통해 2층 주택으로 올라가 침대 등이 갖춰진 3개의 방에서 ‘일’을 치를 수 있게 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업소를 출입한 남성들은 주로 일반 회사원, 자영업자 등이었는데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일부는 바로 옆방에서 성매매를 하는 등 그야말로 ‘요지경’을 연출했다고 한다. 손님 중에는 비즈니스를 위한 접대 차원에서 이곳을 애용해온 사업가도 있었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지난 2월 23일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가 확인된 이곳 업주 임 아무개 씨(42) 등 2명을 구속하고 여종업원 8명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손님들에 대한 사법 처리에는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여종업원들의 진술 등으로 유사성행위 및 성매매 사실이 일부 확인되기도 했지만 대다수 남성들은 여종업원과 밀실에서 뒤엉켜 있었으면서도 ‘더워서 옷을 벗고 있었을 뿐’이라며 성매매를 시도했던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성매매 및 유사성행위를 포착하지 못 하면 구속하기 힘든 법 조항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청소년계 문경동 반장은 “손님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치밀하게 시간을 계산한 후 현장을 덮쳤지만 1분가량 빨랐던 탓에 ‘현장’을 적발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아쉬워하면서 “그러나 곳곳에서 콘돔 등이 발견되고 유사 성행위를 해왔다는 여종업원들의 진술을 확보해 업주 등을 사법 처리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업소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놓고 술을 판매해온 탓에 일부 불법영업 사실이 적발돼도 고작해야 식품위생법 위반 혹은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벌금을 내는 정도에 그쳐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수사로 성매매 알선 혐의가 추가되는 등 관련 법을 3건이나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따라서 업주는 강력한 처벌을 면치 못하게 됐다.
업주 부부는 그간 벌어들인 수억대의 돈으로 인천시 청학동 소재 50평대 아파트에 살며 고급 승용차를 모는 등 부유한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특히 부인은 의사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이들 부부는 평소 인텔리로 행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단속으로 이 업소의 실체가 드러나자 그동안 같은 건물을 쓰고 있던 이웃사람들과 주변 주민들은 “동네 망신이다”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은 주변에 조금씩 들어서기 시작한 유사 업소들을 모두 철거해줄 것을 경찰에 요구하고 있다. 십자가 아래에서 매일 밤 성매매 영업을 해오던 이들은 버젓이 주민들의 눈은 잠시 속일 수 있었는지 몰라도 결국 경찰의 단속을 피할 수는 없었다.
장유지 프리랜서 enrose@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