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오비맥주 앞에 ‘싱크홀’이 나타났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얘기가 돌며 뜨거운 논란을 만들어냈다. 소비자가 오비 측에 문제제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8월 25일 식약처는 오비맥주의 냄새는 산화취 때문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산화취란 맥주 원료로 쓰이는 맥아에 존재하는 지방산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맥아가 제조·유통 과정 중에 산소 및 효소의 작용에 의해 산화반응을 일으켜 산화취 원인물질인 T2N이 생성돼 나타나는 냄새를 말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식약처 발표를 불신하는 시선이 있다. 소독약이라는 자극적인 사건이 쉽게 잊힐 리 없다.
오비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비 관계자는 “사람들이 쓴맛을 느낄 때 쓰는 표현은 개인마다 다르다”며 “소독약이란 문자가 돌면서 모든 사람들이 일관되게 같은 표현을 써 마치 소독약이 진짜 들어갔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것 같다. 브랜드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비 측은 악성 루머를 퍼트린 사람을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결국 압수수색을 불렀다.
산화취 논란 이후 전통적인 성수기인 여름에다 월드컵까지 겹쳐 대목이라고 불렸던 6월에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앞서의 ‘국산 맥주 업체별 매출 구성비’에 따르면 4월 60%가 넘던 오비맥주 점유율은 6월 들어 50.4%까지 떨어졌다. 반사이익은 롯데주류의 몫이었다. 4월 3.2%에 불과했던 롯데주류 매출 점유율은 6월 16%까지 오른 것이다.
오비 관계자는 “산화취 논란이 있기 전인 5월부터 점유율이 떨어진 것으로 롯데의 ‘클라우드’,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신제품 출시와 이로 인한 프로모션(선전 및 판촉 활동) 기간이었기 때문으로 본다”고 밝혔다. 주류업계에서는 신제품이 출시되면 통상 3개월까지 ‘1+1’, 증정품 등의 프로모션 기간을 갖는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제품에 대한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고 거품이 걷히며 실제 점유율을 파악할 수 있는 시기를 9월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도 “이번 사건은 소비자의 신뢰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오비맥주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시장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업계에서 이 같은 논란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비근한 예로 지난 8월 7일에는 하이트진로 임원진 4명이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의 벌금형을 각각 선고 받았다. 2012년 하이트진로 임원진이 경쟁사 제품인 ‘처음처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내용의 방송이 나오자 ‘저희 업소는 인체에 해로운 처음처럼을 취급하지 않습니다’라는 전단과 현수막을 일선 업소에 배포한 혐의였다. 지난해 4월 롯데주류 직원들도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에서 경유 성분이 미량 검출됐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발표하자 악성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경찰은 롯데주류 지점 세 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J’가 출시되면서 나온 일본 자본설, 지난해 불거진 오비의 맥주 ‘오비골든라거’ 가성소다 사건 등 하나의 이슈가 터지면 ‘유해한 처음처럼’이나 ‘경유 참이슬’처럼 직원들을 동원하거나 대응 광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이슈를 키운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음료 시장이나 제과 시장은 상품의 수가 100가지가 넘어 비방을 한다고 해도 어떤 제품이 반사 이익을 받을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반면 주류업계는 영업이 치열하면서도 매출에 비해 상품의 가짓수가 적어 한 상품의 경쟁 상품이 뚜렷하게 보이는 관계에 있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고졸 신화’ 장인수 사장 묘수 있나 ‘가성소다’ 사건 때처럼 정면돌파? 오비맥주의 장인수 사장은 ‘고졸신화’로 유명하다. 단순히 고졸 출신인 장 사장이 CEO(최고경영자)에 올랐기에 신화가 된 것은 아니다. 장 사장이 국내 맥주점유율 만년 2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오비맥주를 업계 정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1% 전쟁’이라는 맥주업계 영업에서 이 같은 성과는 신화로 기록될 만하다. 장인수 사장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장 사장 앞에 위기가 찾아왔다. 먼저 지난해 ‘가성소다’ 사건이 터졌다. ‘오비골든라거’에서 미량의 가성소다가 검출됐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가성소다가 관련 법규상 식품첨가물로서 유해식품이 아님에도 자발적 회수를 결정했다. 오비는 지난해 6월 29일부터 7월 9일 사이 생산분 일부를 회수했다. 오비가 회수한 양은 110만 병에 달했다. 올해 역시 장 사장은 산화취 논란으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주류업계의 ‘살아있는 전설’ 장 사장은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오비맥주 관계자는 “가성소다 사건도 (생산분 회수를 통해) 정면돌파를 결정했던 것만큼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올해 역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