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주고 싶은 선물 받고 싶은 선물’로 한우가 1위를 차지했다. 작은 사진은 랍스터 세트와 트와이닝 시그니처 블랜드. 사진제공=홈플러스
서울강동구에 거주하는 주부 A 씨. 해마다 하는 고민이지만 추석을 맞아 부모님과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어떤 선물을 보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인터넷 주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더니 몸에 좋다는 영양제부터 김, 양말, 참치, 화장품, 샴푸세트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A 씨는 자신과 비슷한 입장에 놓인 회원이 구입한 선물세트 사진을 보고 같은 상품을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A 씨의 경우처럼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추석을 맞아 명절 선물로 어떤 것이 좋을지, 또 어떤 선물을 구입했는지에 대한 글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선물은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어서 나보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명절에 소비자들이 가장 주고 싶은 선물과 받고 싶은 선물은 같을까, 다를까.
지난 8월 17일 롯데백화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고 싶은 선물 받고 싶은 선물’ 1위가 ‘한우’, 2위는 ‘굴비’로 모두 같았다. 여름에 가까운, 이른 추석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청과’는 받고 싶은 선물로는 3위를 차지했으나 주고 싶은 선물에서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우와 굴비’는 전통적으로 명절에 인기가 높은 상품으로 꼽히는데, 지난 5년 동안 롯데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매출 구성비에 따르면 한우는 평균 22.7%를, 굴비는 평균 5.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2011년 일본 원전 사태 이후 굴비 매출 구성비는 낮아진 반면 한우 구성비는 점점 증가했다는 점이다. 올해 추석에는 이러한 현상이 청과와 굴비에 적용, 가격이 인상되는 청과 선물세트 수요가 가격대가 비슷한 굴비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화점업계에서는 구성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한우 수요를 대비해서 이번 추석에는 브랜드 한우와 지역 우수 한우 브랜드를 확대하고, 10만~20만 원대 굴비 선물세트 물량도 20% 이상 늘렸다고 한다.
대형마트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장기불황으로 위축된 소비심리, 바캉스 및 신학기를 함께 준비해야 하는 ‘여름 추석’ 가계 부담 등을 고려해 저가 상품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총 2000여 종의 선물세트 중 약 60%인 1200여 종을 3만 원 미만의 저가 상품으로 구성했다.
과일의 경우 수급이 늦어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대체 품목으로 두리안, 키위, 멜론 등 열대과일세트 구색을 강화했으며, 한우는 전년 대비 8%, 수산물은 10% 늘렸다. 캐나다 랍스터, 노르웨이 연어, 러시아 킹크랩, 세계 왕새우 등 이색 수산물세트도 첫선을 보였다.
통조림, 위생용품 등 그로서리세트는 5%,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견과세트는 전년 대비 30% 정도 물량을 확대했다고 한다.
이런 명절 선물세트 기획은 대체로 명절 6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마케팅 전략보다는 시장 예측이 우선이다. 롯데백화점 박상우 팀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명절 행사가 끝나면 우선 판매가 잘 됐던 상품과 그렇지 않았던 부분을 먼저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건강’이 주된 테마여서 관련 상품이 선풍적인 인기였는데, 지난해부터는 신선제품 쪽 수요가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예를 들면 육류의 경우 찜을 해먹는 갈비보다 곧바로 구워먹을 수 있는 정육세트(프레시정육)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포장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보관이 어려운 대용량보다 2㎏, 3㎏ 등 소용량 포장을 선호하는 점을 감안해 보다 다양한 구성을 시도하는 식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눈높이와 판단력이 상당히 높아져 무엇보다 양질의 상품을 먼저 발굴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미리미리 상품을 비교하고 선물을 준비하는 알뜰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명절 선물을 사전 예약, 할인받고 구입하는 것도 달라진 풍속도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사전 예약의 경우 법인고객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지도가 높아지고, 연휴가 길어지면서 일반 고객들의 주문도 증가했다”며 “사전예약 주문을 7월 14일~8월 24일까지 42일간 진행했는데 매출이 전년 대비 57.6% 증가했으며 품목별로 살펴보면 가공식품과 일상용품이 79.4%, 신선식품이 20.3%, 패션잡화가 0.3%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명절 달라진 풍속도는 편의점도 마찬가지. 편의점 씨유(CU)에서도 명절 상품 카탈로그를 준비, 홈페이지를 통한 주문판매를 실시했는데 샴푸 등 비식품류에서 한우 등 식품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한다. 올해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마음대로 골라 담는 ‘DIY(Do it yourself)’ 선물세트를 출시, 참치캔, 견과류 등 통조림 외 천연캔들, 프리미엄 차, 바디용품 등 12가지 제품을 직접 구성하도록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이를 기획한 BGF리테일 김성환 마케팅팀장은 “구매행태와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짐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명절선물도 익숙한 선물세트에서 개성을 담을 수 있는 DIY 스타일과 수입 브랜드 제품까지 매우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편의점 예스플러스 이길용 대표는 “편의점도 명절 때 오피스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매출이 30% 정도 신장한다. 선물세트의 경우 예전에는 판매율이 적지 않았는데 최근 SSM(기업형슈퍼마켓) 등 경쟁업체가 많이 등장하면서 진열상품 판매율이 크게 떨어졌고, 덩달아 반품률이 높아지는 경험을 하게 됐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선식품은 사전예약을 통해 가격 할인 혜택을 주고 업체에서 직배송하는 방식으로, 해체 후 판매가 가능한 음료나 통조림류는 재고 부담이 적어 진열상품으로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