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피하고 싶었던 남편은 현관으로 나가려 했지만 아내는 남편을 놓아주지 않았다. 다시 집을 나가려 하는 남편과 다투던 A 씨는 결국 흉기를 가져와 남편의 복부를 찌르고 말았다. 흉기에 찔린 남편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즐거워야할 추석명절은 부부싸움으로 비롯된 잔혹극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45년을 부부로 살아온 남편 임 아무개 씨(71)와 부인 임 아무개 씨(64)는 추석명절이 반갑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난달부터 눈만 마주치면 싸울 정도로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 사건의 발단은 남편 임 씨가 내연녀에게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부인 임 씨가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지난 8월 말, 믿었던 남편에게 20년간 만나온 내연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인 임 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부터 아내 임 씨는 남편을 볼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누르지 못하고 남편에게 폭언을 일삼고 폭행을 했다.
추석이었던 지난 10일에도 남편의 외도 문제로 말다툼이 시작됐다. 말다툼 중 감정이 격해진 남편 임 씨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했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남편이 폭력까지 행사하자 아내 임 씨는 결국 이성을 잃고 말았다. 아내 임 씨는 효자손과 빗자루, 부러진 식탁의자 다리 등 손에 집히는 물건들로 남편을 무작정 때리기 시작했다. 결국 온몸을 구타당한 남편 임 씨는 정신을 잃고 베란다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남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 임 씨는 딸에게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만 남기고 휴대폰을 꺼 놓고 잠적했다. 하지만 잠적한 지 10시간도 채 되지 않아 아내 임 씨는 경기도 양평군 중아선 용문역 화장실에서 검거됐다.
구리경찰서 최서환 형사과장은 “남편 임 씨는 베란다에서 발견될 당시 온몸이 찢어지고 멍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임 씨가 빗자루 등 주변에 있는 것으로 닥치는 대로 폭행한 것 같다”며 “임 씨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돼 화가나 말다툼을 하다 우발적으로 한 범행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