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성매매 업소의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여성들.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 여성들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이와 비슷한 수십 개의 유사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
경찰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일부 악덕사채업자들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종업원들에게 고리로 돈을 빌려준 후 이를 갚지 못하면 일본의 성매매업소로 팔아넘기는 일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산의 유흥가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이 사채업자들은 인신매매 전문브로커와 연계해 수백여 명의 여성종업원들을 일본 성매매업소에 팔아넘겨 그 대가로 수억 원대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으로 팔려간 여성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성적 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면서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야쿠자, 에이즈 환자, 변태 성욕자 등에게 온갖 고초를 당하면서도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 여성이란 이유로 성매매시에 ‘독도가 일본 땅’이란 대답을 강요받는 등 온갖 엽기적인 일들을 당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수백만 원의 돈을 사채업자에 빌려썼던 여성들이 어떻게 해서 일본의 성매매업소로까지 팔려가게 됐는지 그리고 일본 현지에서 그들이 당해야 했던 성적 유린의 실상을 <일요신문>이 추적해봤다.
지난 7일 인천 서부경찰서는 일산에 M 기획이라는 사채 사무실을 차려놓고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상대로 고리의 돈을 빌려준 후 이를 갚지 못한 여성들을 감금, 폭행한 최 아무개 씨(여·49)를 비롯한 사채업자 일당을 구속했다. 이들은 연 190%(법정이율 49%)의 고리로 225회에 걸쳐 16억 3000만 원 상당을 대출해 주고 대출금을 갚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불법 추심행위를 해왔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특히 이들 중 최 씨와 함께 구속된 2명은 자매 지간이었으며 불구속된 5명 중 2명은 최 씨의 아들과 딸로서 친인척 일가족이 함께 사채업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M 기획’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경찰은 최 씨 통장의 입출금 기록을 확인하다 일본에서 의문의 돈이 수차례에 걸쳐 입금됐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를 미심쩍게 여긴 경찰은 최 씨 일당에게 최 씨의 통장에 돈이 들어오게 된 경위와 출처 등을 물었으나 이들은 대부업법 위반 등 불법 채권 추심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일본에서 들어온 자금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해달라는 식의 요구를 했다고 한다.
자금의 출처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을 불러 구체적으로 재조사한 결과 이 돈이 일본의 성매매 업소에서 입금된 것임을 밝혀냈다. 또한 최 씨뿐 아니라 상당수의 사채업자들이 돈을 갚지 못한 일부 여성들을 일본 성매매업소에 팔아넘겨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의 돈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런 식으로 일본에 팔려간 여성들이 상상도 못할 성적 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사채를 끌어 쓰고 이를 갚지 못해 일본에까지 팔려가게 된 데는 어떤 내막이 있을까. 일단 사채업자들은 업주들과 친분 관계를 맺고 어떤 종업원들이 씀씀이가 큰지를 파악해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여성들에게 접근해 처음 한두 번은 거의 이자가 없다시피 돈을 빌려줘 마음 놓고 자신의 돈을 쓰도록 덫을 놓는다. 씀씀이가 큰 이 여성들은 손쉽게 돈을 빌려 쓸 수 있는 업자들에게 계속 손을 벌리게 되고 결국에는 고리의 이자를 물고서라도 돈을 쓰게 된다고 한다. 이번에 경찰에 구속된 M 기획 일당들은 최고 190%의 고리로 돈을 빌려줬지만 다른 업체에서는 연 2000%의 고리로 돈을 빌려주는 업자들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모 여성은 불과 100만 원의 돈이 몇 개월 만에 10배 이상으로 불어나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돈을 갚지 못해 팔려간 여성들은 일단 3개월 기간의 관광비자로 일본에 들어간다. 입국 후엔 바로 지옥이다. 업소 주인에게 여권을 빼앗긴 채 성매매업소에서 철저하게 감금된 생활을 하게 되는 것. 이 기간 중에는 일체의 한국 사람들과의 접촉이 금지된다. 성매매도 일본 남성들과만 이뤄진다. 일본남성들은 한국여성들의 프로필이 올라와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보고 여성을 고른 후 자신이 있는 곳으로 여성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그들중 일부는 그 곳에서 온갖 엽기적인 행각들을 요구한다.
타의에 의해 일본에 팔려간 여성들은 성매매 과정에서 일부 일본 남성들의 갖가지 변태 행각에 치를 떨어야 했다. 일본의 성매매업소 중에는 한국인 여성들만을 고용하는 업소들도 적지 않은데 이 업소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변태성욕자나 에이즈 혹은 심각한 피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라고 한다.
일본의 성매매업소에 팔려갔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오게 된 A 씨는 “온몸에 문신을 한 남성은 성관계를 갖기 전에 ‘독도가 누구 땅이냐’고 물었다. 내가 ‘한국땅’이라고 대답하자 무지막지하게 때렸다”며 “한참을 때린 후 다시 같은 질문을 하고 내가 마지못해 ‘일본땅’이라고 대답하자 그제서야 성관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전화를 받고 출장을 나가보니 온몸에 고름이 흐르는 환자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업소에 팔려온 몸이라 나에게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엽기적이고 잔인한 변태 행위를 요구당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경찰은 이 여성들 중에는 에이즈 환자와 성관계를 가진 이들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온갖 성적 유린을 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알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이들은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면서 한국 사람들과의 접촉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또한 일본에 입국하는 순간 이들의 여권이 업주들을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불법체류자로 몰려 한국으로 추방당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업주들은 다시 한국의 사채업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한국의 사채업자들은 다시 협박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자신의 직업이 노출될 위험이 높고 심지어는 다시 일본으로 팔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채업자들은 이들을 협박하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일본 유흥업소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관련자료를 내려받아 놓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악덕 사채업자들은 유흥업소 여성들이 그들의 직업이 가족에게 알려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점을 물고 늘어져 그들의 몸을 지옥과 같은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셈이다.
경찰 측은 일산 장항동, 마두역 등의 유흥가 일대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대부분 이러한 사채업자들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197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