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들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이와 꾸준히 함께 게임을 즐겨야 한다고 충고한다. | ||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게임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다는 것. 우리 아이가 즐기는 게임이 좋은 게임인지 혹은 나쁜 게임인지 도통 알 방법이 없다. 결국 부모들은 게임 시간을 줄이거나 못하게 하는 극단적인 방법밖에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는 습관을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을 무조건 하지 못하도록 막을 경우 반항심이 생겨 더욱 게임에 매달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파악하고 올바른 게임습관을 잡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우선 아이가 즐기는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임에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등급이 있다. 국내에 정식 발매되거나 서비스되는 게임은 모두 게임물등급위원회라는 곳에서 사전에 심의를 받아 분류를 받는다. 따라서 모든 게임은 분류 기준에 따라 전체 이용가, 12세 이상 이용가, 15세 이상 이용가, 18세 이상 이용가 등 4등급으로 나눠져 있으며, 18세 이용가의 경우 아이들이 즐기기에는 상당히 부적합한 게임들이 많다. 등급 분류는 여러 가지 척도에 따라 이뤄지지만 폭력성, 사행성, 선정성 등이 주로 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고스톱, 포커 등 보드게임과 밀리터리 FPS, 유저 간 서로 공격이 가능한 MMORPG(다중 접속 온라인 역할 수행게임) 장르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 중 요즘 아이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 장르인 밀리터리 FPS는 대부분 18세 이상 이용가 게임이다. FPS(First Person Shooting)란 1인칭 시점에서 총을 쏴 상대방을 맞추는 게임으로 몰입도가 높고 지나치게 폭력적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즐기기에는 다소 부적당하다.
온라인 게임의 등급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 시작화면과 게임 중 1시간마다 한 번씩 화면에 표시가 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사들 역시 이러한 규정을 정확히 준수하고 있다.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의 게임의 경우 아이들의 주민등록번호로는 원천적으로 가입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 18세 이용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면 이는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사용하는 대부분 주민등록번호는 부모의 주민등록번호인 경우가 많다. 모 게임사 관계자는 자사가 서비스하는 18세 이용가 게임에 의외로 40대 여성 회원이 유난히 많다며, 이는 아이들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털어놨다.
혹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지 않더라도 또래의 아이들이나 아이템 거래사이트 등에서 돈을 주고 이미 회원가입돼 있는 계정을 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또한 14세 미만 초등학생과 중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온라인게임도 가입할 수 없는 만큼, 만약 동의해준 기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면 이 역시 도용을 의심해 봐야 한다.
콘솔 게임의 경우, 게임 내에는 등급이 표시되지 않는다. 이때는 게임이 담긴 DVD나 롬팩에 표시가 돼있다. 또한 타이틀 박스 우측 상단과 뒷면에도 자세히 표시돼 있다.
아이들에게 휴대용 콘솔기기를 사준 부모라면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휴대용 콘솔기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는 특징 탓에, 자제력이 약한 아이의 경우 자칫 게임중독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불을 꺼놓고 자는 척한 후 이불 속에서 게임을 할 경우 이를 제지하기가 쉽지 않아 많은 부모들이 애를 먹고 있다. 특히 휴대용 콘솔기기는 개조를 통해 일본 및 미국에서 개발된 성인물 게임을 부모 몰래 플레이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닌텐도DS에는 ‘마녀신판 두근두근’이라는 성인용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P2P 등을 통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PSP 역시 가위바위보를 통해 AV스타들의 옷을 벗기는 ‘올스타 야구권’이라는 게임이 국내에 정식발매된 바 있다. 또한 P2P 사이트 등에서는 이러한 휴대용 콘솔기기에 구동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포르노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자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휴대용 콘솔기기를 회수해 사용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사용 등급에 문제가 없는 건전한 게임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게임 곳곳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도록 하는 중독성 높은 장치들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치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인챈트’ 시스템과 ‘뽑기’ 시스템이다. ‘인챈트’ 시스템은 게임 속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를 확률적으로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시스템으로 성공할 경우 무기가 더욱 강해지지만 실패할 경우 무기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는 더욱 강한 아이템을 소유하기 원하는 아이들에게 게임을 끊임없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뽑기’ 시스템은 게임 내에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을 무작위로 지급함으로서 사행성을 유도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게임을 적당하게 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아이와 꾸준히 함께 게임을 즐겨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 하루에 아이가 얼마나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가령 방과 후와 학원 시간까지 틈새를 이용해 또래와 함께 어울려 PC방을 다니며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심야에 부모가 잠든 틈을 타 게임을 즐기는 경우에는 일상생활이나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므로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이미 본인의 아이가 게임중독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면 게임 시간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대화로 조절이 안될 경우엔 시간제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최근에는 포털 사이트 등에서 ‘게임 시간제한’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암호로 사용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할 수 있다.
봉성창 경향게임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