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현역으로 일하고 싶다면 30대 때부터 긴 안목으로 계획을 세워 커리어 관리를 해야 한다. 일본의 비즈니스지 <프레지던트>는 별 생각 없이 바로 앞만 바라보며 자신의 커리어가 흘러가는 대로 그냥 놔둔다면 머지않아 기댈 곳 없이 떠도는 ‘표류 사원’이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30대 전반 - 여기저기 부딪히며 뗏목을 타고 급류를 내려오는 시기
사회인 생활이 시작되는 30대 초반은 뗏목에 의지해 급류(격무와 변화)를 타고 내려오는 격동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가능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많은 인맥을 구축하며 여기저기 부딪히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자신이 평생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몰라도 상관없다. 현재 몸담고 있는 일이 성격에 맞지 않는다면 마음이 가는 대로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60세 넘어서까지 경제활동을 한다는 긴 안목으로 봤을 때 30대 초반에는 아직 자신만의 전문분야가 없어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여러 가지 경험을 쌓으며 기초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능력이란 어떤 분야에서 일하건 반드시 필요한 능력으로 대인관계, 자기관리, 정보분석과 처리능력을 가리킨다. 다양한 경험과 탄탄한 기초능력을 지닌 인재는 어떤 분야의 어떤 기업에서도 통하게 되어 있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30대 초중반의 인재 중에서 기업의 미래를 짊어질 재목을 고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너무 일찍 한 분야에 정착하기보다는 어떤 분야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터프함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30대 후반 - 여유 생겼다고 방심하면 표류하는 신세로 전락
30대 초반에 급류에 떠밀려 정신없이 휩쓸려왔다면 30대 후반엔 하류로 내려가면서 물살도 느려진다. 업무에서 여유와 노련함이 생기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초짜에서 벗어나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르고 눈치가 생기고 업무가 익숙해지면서 마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해진다. 그러나 이때 방심하고 물살에 몸을 맡겨버리면 자칫 바다로 흘러들어가 정처 없이 떠도는 ‘표류 사원’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마감하기 십상이다.
30대 후반은 평생 몸담을 분야를 슬슬 결정해야 하는 시기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엔지니어로 시작했더라도 그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매니지먼트나 영업 분야에 흥미가 생겼다면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선택을 내리는 것이 좋다. 아직 확신이 없거나 다른 분야에 미련이나 호기심이 있더라도 이때 결정하지 않으면 결국 내세울 것 없이 40대를 맞이하게 된다. 30대 초반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해봐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0대 전반 - 목적지를 정해서 힘차게 노 저어가는 시기
40대에 접어들면 진짜 실력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남은 인생의 커리어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면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겪어야 할 과정이나 자신이 갖춰야 할 자질 등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재무 분야를 택했다면 그 분야의 일인자가 누구인지 어떤 종류의 공부를 해야 하며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곳저곳 기웃거릴 것 없이 입사 때부터 재무 분야에 전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게 아닐까. 그러나 처음부터 재무 하나만 알고 그 길을 걸어온 것과 여러 가지를 경험한 결과 재무를 선택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제 와서 아쉬움이 남거나 후회가 되더라도 이미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다.
40대 후반 -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배짱으로 새로운 지류를 탐험
40대 후반은 커리어 인생에서 가장 정점에 달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30대 후반에 자신이 나아갈 길을 결정한 후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지 어언 10년. 나름대로 경험이 쌓이고 자신만의 노하우도 있는 전문가의 위치에 서있을 것이다. 그러나 커리어가 정점에 올랐다는 것은 앞으로는 내리막길만이 남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따라서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다.
10년 넘게 한 우물을 파온 전문가로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과 그동안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결국 이도저도 안 돼서 또 다른 일을 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전자는 이미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된 사람이 제 2의 커리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고, 후자는 이리저리 물살에 휩쓸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망망대해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이다.
안정된 커리어를 버리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인맥,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제로에서 시작하는 30대와는 다르다. 일생을 걸고 모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자신의 커리어를 넓혀간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동안 영업이나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활동하던 사람이라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컨설팅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50대 이후 - 여전히 현역으로 뛰며 60세 이후를 준비하는 시기
쭉 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위치에 올랐다면 50대는 슬슬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야를 섭렵하고 새로운 분야로 옮겨 활동한 사람이라면 아직도 한창 일하고 있을 나이다. 40대 후반의 과감한 선택으로 오히려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연장된 것이다. 두 번째로 택한 커리어가 50대 후반쯤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면 60대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자신의 커리어의 마지막을 장식할 선택을 해야 한다.
첫 번째는 또 다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미 두 번이나 경험한 일이기 때문에 세 번째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취미생활의 연장이라는 가벼운 기분으로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을 택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더욱 깊이 있게 파고들어 그 분야의 최고수가 되는 것이다. 최고수 자리에 오르면 굳이 본인이 일거리를 찾지 않아도 여기저기에서 당신의 지혜와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올 것이다.
마지막은 기꺼이 정상의 자리를 내주고 ‘내리막길’을 즐기는 것이다. 오랫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커리어 인생의 마지막 부분 정도는 부담감이나 책임감을 벗어던지고 편한 마음으로 차세대 전문가의 대가 끊기지 않도록 후배 양성에 힘쓰는 것도 멋진 마무리일 것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