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건설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정의선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한전 부지 고가 매입과 관련한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아직도 그 얘기냐”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호사가들에게는 좋은 얘깃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한전 부지 낙찰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월 18일 이후 현대차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8일 현재 17만 8000원으로 장을 마감, 무려 3년 2개월 만에 18만 원대도 쉽게 허물어졌다.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은 미처 이 같은 반응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 정 회장이 “국가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특유의 ‘뚝심’, ‘저력’에서 비롯한 것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 그만큼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건설에 대한 열망이 간절했던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거기에 후계 승계 포석도 담겨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일단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건립은 정 회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기도 하지만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앞으로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갈 거점을 마련해줬다고 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정 회장 본인의 시대를 위해서라기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현대차의 신사옥 공사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현대건설과 함께 현대엔지니어링이 담당할 부분과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게다가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옥관리도 맡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울시와 협의도 끝나지 않았고 건설계획도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 너무 앞서가는 듯하다”면서도 “건설 계열사에서 건설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원래 화공·전력 플랜트 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였다. 건축 부문도 있었지만 매출의 대부분은 플랜트 사업에서 나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공능력 평가 54위에 불과한 건설사였다. 건설부문의 위상이 달라진 것은 지난 4월 현대엠코와 합병하면서부터다.
지난 7월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4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도급) 순위’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10위를 기록, 지난해 54위에서 44계단이나 뛰었다. 합병 전 현대엠코의 지난해 도급 순위는 12위.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급순위 10위라면 대형 건설사에 속한다”며 “수년째 건설업계가 위기에 빠져 있지만 도급 10위까지는 그래도 괜찮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도 그 규모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의 상징이자 자존심이 될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건설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면 그 위상과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 자회사로 2001년 1월 설립됐다. 2010년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고 2011년 4월 현대건설이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도 현대차 계열사가 됐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 계열사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력이 확고하다.
지난 8월 14일 발표한 현대엔지니어링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는 여전히 38.62% 지분을 쥐고 있는 현대건설이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도 11.72%를 보유,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여기에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11.67%를 갖고 있다. 인수 4년 만에 ‘정의선 부회장 회사’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정몽구 회장도 합병 후 4.68%의 지분이 생겨 새로이 주주로 등극했다.
정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획득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 4월 현대엠코 흡수합병이었다. 두 회사의 합병설이 나돌던 올 초 재계와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되면서 4월 1일 현대엔지니어링 통합법인이 출범했다. 12위 건설사인 현대엠코와 54위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병하면서 현대차그룹은 통합법인을 54위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으로 가져갔다. 더욱이 현대엠코는 2002년 설립된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였고 현대엔지니어링은 M&A(인수합병)를 통해 3년 전 계열사로 편입한 회사다.
합병 후 현대엔지니어링은 주당 1만 10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89만 327주를 갖고 있는 정 부회장은 97억 9359만 원의 현금을 쥐었고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로도 97억 5400만 원이 들어갔다. 정몽구 회장도 중간배당으로 39억 원가량을 챙겼다.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에 비하면 당장 현금을 쥘 수 있기가 훨씬 용이하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향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합병,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등을 점치고 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가는 60만 원대. 재계와 증권가의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는 올라가고 정 부회장의 자금은 그만큼 늘어난다.
재계 고위 인사는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 당시 정몽구 회장은 인수에 소극적이었으나 정의선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원했다는 얘기가 있었다”면서 “현대차 후계 승계를 위해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을 갖고 있는 현대건설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