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이혼 소송은 삼성 내에서도 갑작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안은 2000년 이건희 회장의 서울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이부진-임우재 부부.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부진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은 ‘남자 신데렐라’로 통한다. 삼성물산의 평범한 사원이었던 임 부사장이 재계 1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 사장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둘의 만남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고-단국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물산에 입사한 임우재 부사장은 당시 회사 봉사활동을 하다 이부진 사장을 만났다. 이 사장은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상태였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만남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삼성가에서는 당시 둘의 만남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가의 장녀가 평범한, 그것도 그룹 계열사 사원과 교제한다는 것이 삼성가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졌던 것. 더욱이 이부진 사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사랑을 듬뿍 받는 딸로 소문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4년 후인 1995년 결혼에 성공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삼성물산 평사원과 경영수업을 받던 회장 딸은 결혼 후 삼성그룹 내에서 승승장구했다. 이부진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로 옮기면서 경영 능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호텔신라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등 그룹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오빠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이건희 회장 이후의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벌써 이부진 사장의 계열분리까지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재벌가 맏사위가 된 임우재 부사장은 삼성물산 도쿄주재원, 삼성전자 미주본사 전략팀 등을 거쳐 2005년 삼성전기 기획팀 상무로 발탁됐다. 이후 2010년 전무로 승진하더니 2012년에는 경영기획실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995년 평사원으로 출발해 17년 만인 2012년 주요 계열사 부사장까지 오른 임 부사장의 승진은 일반인이라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오너의 맏사위 치고는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다. 이는 아랫동서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2000년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과 결혼한 김재열 사장은 결혼 후 불과 2년 만인 2002년 제일기획 상무보로 올라서더니 2009년 제일모직 전무, 2010년 제일모직 부사장, 2011년 제일모직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2012년부터는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또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 대한민국선수단단장 등을 맡으면서 우리나라 겨울스포츠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다. 맏사위인 임우재 부사장과 비교하면 너무나 ‘잘 나가는’ 둘째사위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인이 웬만한 기업이나 방계 기업도 아닌 이건희 회장의 장녀와 결혼해 산다는 것이 쉽겠느냐”면서 “삼성 집안이나 임 부사장이나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렇지만 이부진 사장의 이혼 소송은 삼성 내에서도 갑작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8일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만큼 이부진 사장 부부의 관계가 악화돼 있었다고 본 사람이 드물었다는 의미다.
악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재벌 딸과 일반인의 결혼이라는 점에서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부사장의 ‘러브스토리’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종종 회자됐다. 특히 지난 3월 한 택시가 서울신라호텔 본관 회전문을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이부진 사장이 4억 원에 달하는 변상 신청을 취소한 일이 있었는데, 이때 이부진 사장 부부의 러브스토리도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택시기사의 형편을 감안한 이 사장의 마음 씀씀이와 재벌 딸로서 집안의 반대를 이기고 일반인과 사랑·결혼에 성공한 이 사장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 사람이 많았던 것.
그러나 러브스토리가 새삼 크게 알려지고 6개월여 후 이 사장은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말았다. 삼성 관계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서 직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며 굳이 알려고 나설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