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연말까지 전국 19개 사업장에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최근 LG전자가 국내 최고 효율 태양광 모듈 ‘모노 엑스 네온’을 출시하는 등 태양광 사업에 새삼 열의를 보이고 있다. 사진출처=플리커
최근 삼성그룹 안팎에서 5대 신수종사업을 재편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업 환경과 관련 기술 등이 변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이 의료기기,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바이오·제약, 전기차 배터리, 이상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한 시기는 2010년 5월. 4년의 시간 동안 환경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분야가 태양광이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으면서 웬만한 대기업들이 모두 손을 댔으나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곳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생각보다 수익이 나지 않아 대기업들이 잇달아 곤욕을 치렀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화와 OCI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투자를 유보했다.
삼성의 5대 신수종사업 재편 소식의 중심에도 태양광 사업이 있다. 삼성이 태양광 사업을 접고 대신 모바일 솔루션 분야를 새로이 신수종사업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결정계 태양전지 개발과 사업을 접고 박막계 태양전지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힌 것이 이미 2년 전 일”이라며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닐뿐더러 태양광사업을 접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태양전지·모듈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나 결과물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이 태양광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관측은 여기에 기인한다.
반면 LG는 지난 5일 기존 제품보다 발전량이 높은 고효율 태양광 모듈을 출시하면서 삼성과 달리 태양광 사업에 새삼 열의를 보이고 있다. 사실 LG 역시 태양광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2007년에 진출, 그룹 내에서 수직계열화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태양광의 주원료인 폴리실리콘은 LG화학이, 웨이퍼는 LG실트론이, 전지·모듈은 LG전자가 만들고 LG솔라에너지가 발전소를 운영하겠다는 복안이었다.
LG 역시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태양광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LG실트론이 웨이퍼 사업에서 철수했고 LG화학은 폴리실리콘 사업을 유보하는 등 고비도 맞았다. 그럼에도 올 초 “태양광 모듈 설치가 가능한 전국 모든 사업장과 공장에 지붕형 태양광발전소를 전면 구축한다”고 밝히면서 태양광 사업에 재시동을 걸었다. LG는 올해 말까지 LG디스플레이, LG전자, LG생활건강, LG이노텍 등 전국 19개 사업장에 지붕형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삼성과 LG가 이처럼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데는 태양광 사업을 대하는 두 기업의 오너 생각이 다른 탓도 있다.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한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태양광 사업을 그리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모바일 솔루션을 비롯해 사물인터넷(loT) 사업을 위해 글로벌 협력관계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부회장 역시 태양광 등 에너지 분야보다 사물인터넷과 IT,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을 위해 글로벌 업체 수장들과 회동을 자주 하고 있다.
반면 LG는 구본무 회장이 직접 에너지 솔루션 부문을 강조하고 있다. LG가 그룹 차원에서 전국 19개 사업장에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은 구 회장의 주문과 맞물려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차세대 성장 엔진 중 에너지 솔루션 분야가 포함돼 있고 LG전자가 태양광 모듈·전지 부문에서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태양광 사업을 콕 집어서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차세대 에너지 기술)를 위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LG화학의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 LG전자의 태양광 모듈·전지, LG유플러스와 LG CNS의 시스템, LG솔라에너지의 태양광 발전소 사업이다. 무엇보다 삼성에는 없는 통신사(LG유플러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 LG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삼성과 LG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부문에서 부딪치기 일쑤였다. 차세대 사업 중에서도 LG화학과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다 삼성이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지목한 태양광 사업을 정녕 포기한다면 적어도 이 부문에서는 서로 다툴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태양광 사업의 업황에 따라 어느 한 쪽은 경영능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태양광 업체들 중국 정부만 바라보는 까닭 중국 해가 떠야 한국에도 볕든다 한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태양광 지원 정책이 올 상반기 예정돼 있다가 하반기로 연기됐다”면서 “글로벌 태양광 패널 분야를 중국이 틀어쥐고 있는 형국인 탓에 중국 정부의 정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패널 공급이 활발해야 폴리실리콘 수요가 늘어나고 태양전지·모듈, 잉곳·웨이퍼 등의 생산도 활발해진다는 얘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언젠가는 태양광 사업이 중요하고 반도체처럼 어느 업체가 더 고효율 제품을 생산해내는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국제 유가의 하락 기조가 계속 되고 셰일가스 붐이 일고 있는 것도 태양광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