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투기꾼들이 하나 둘 들어와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생각해 일단은 ‘외지인들은 모두 뭔가를 노리고 들어온 사람들’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어딘가에 섞여 있을 투기꾼들은 더 이상 외부인들이 몰려들면 자신들이 추후 가져갈 이익이 줄어든다고 생각해 외부인이 몰려드는 것을 경계한다.
기자들의 접근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주민들 간의 대립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무슨 기사를 써도 어느 한 쪽에만 유리한 기사가 될 것이라며 아예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경우도 거의 없다.
구룡마을을 두고 일각에서 ‘구룡공화국’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근 강남의 부촌들과 정반대의 모습이 마치 전혀 다른 나라에 온 것처럼 느껴지는 데다 비자가 있어야만 다른 나라를 드나들 수 있듯 주민들 간의 모종의 합의가 없다면 외부인들은 이 마을을 출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