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생의 원조교제를 다룬 영화 <사마리아>의 한 장면. | ||
단속반의 조사결과 여자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하는 이유는 가출한 상태에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자 청소년들은 꼭 돈이 필요해서가 아닌 성적 호기심 때문에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남자 청소년들의 경우엔 동성 간의 성매매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단속된 성매수자 14명 중 무려 8명이 동성의 청소년과 유사성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성매매 알선자들과 성매수자들이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성매매 유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경찰청 형사로 청소년보호중앙점검단에 파견 근무 나온 배 아무개 씨. 인터넷 채팅방을 모니터링하다가 성매매를 원하는 여자 청소년과 접촉하게 되었다. 자신의 나이를 18세라고 밝힌 이 피해자는 “지금 가출을 한 상태고 방세가 없어 돈이 필요하다. 조건만남을 원한다”는 쪽지를 보내왔다. 배 씨는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었고 피해 청소년은 “15만 원”이라고 대답했다.
만날 약속을 한 두 사람은 인천의 모처에서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다. 배 형사는 “약속 장소에 나온 여자 청소년의 실제 나이는 15세였고 말이 약간 어눌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정신지체 2급인 장애아였다”고 전했다.
이 청소년은 ‘아는 오빠’와 함께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었다. ‘아는 오빠’는 22세의 전직 디자이너였으며 당시는 실직 상태였던 김 아무개 씨였다. 김 씨는 가출한 이 여자 청소년을 자신의 오피스텔에 머물게 하면서 성매매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을 오피스텔 월세 등의 생활비 명목으로 가로채고 있었다. 단속반은 “피해 청소년이 정신지체아였기 때문에 채팅도 김 씨가 대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단속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채팅 사이트를 통한 청소년 성매매는 ‘불량 어른’들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할 수 있을 만큼 일반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채팅방에 접속만 하면 성매매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가출 청소년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것. 이들은 가출을 한 친구들과 함께 고시원이나 자취방 등에서 함께 묵으면서 생활을 했다.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돈이 떨어지면 성매매 알선자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성매매 알선자들이 “돈을 벌고 싶냐?”는 제안만 해도 청소년들은 성매매 현장으로 쉽게 나온다고 한다.
이번 단속 결과에 따르면 성매수자들은 뮤지컬배우 세무사 골프강사 연구원 대학생 회사원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나이별로도 다양했는데 청소년 상대 성매수자 14명 중 30대가 6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3명, 40대가 2명으로 조사되었다. 50대, 60대, 70대는 각 1명씩이었다.
이번 단속에서 성매매를 했거나 성매매 직전에 구호를 받은 청소년들은 모두 87명이었다. 이 중에 성매매를 한 청소년은 36명이었고 유해업소 출입 등으로 단속된 청소년은 16명, 가출 상태에서 구호된 청소년이 35명이었다.
또 성매매를 한 36명의 청소년 중에선 남자도 12명이었다. 이 부분은 동성 간의 성매매가 이제는 일부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성매매의 대가로 받은 액수 역시 천차만별이었다. 보통 6만~10만 원 사이가 가장 많았는데 많게는 50만 원, 적게는 2만 원을 받고 단속에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성관계의 대가로 받은 것 중 가장 적은 액수로는 담배 한 갑이었다.
가출한 여자 청소년들은 ‘생계형’성매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은 했는데 나이가 어리다보니 취직을 하기 힘들어 결국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성매매를 선택한다는 것. 반면 남자 청소년들은 꼭 돈을 위해서만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매매 대가로 담배 한 갑을 받는 특이한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고 단속반은 설명했다.
단속반의 부 아무개 형사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보습학원 운전기사인 이 아무개 씨(45)와 성매매를 한 송 아무개 군(16)을 적발한 적이 있었다. 이 씨는 송 군과 자신의 차량에서 유사성교행위를 하고 그 대가로 답배 한 갑을 받았다. 둘은 모두 세 번의 관계를 맺었는데 송 군이 받은 대가는 담배 세 갑이 전부였다고.
부 형사는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남자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꼭 돈 때문에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자 아이들은 성적 호기심이나 욕구가 왕성한데, 동성과의 채팅을 통해서 여자가 아니더라도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단속반의 조사에 의하면 “성매매를 하는 청소년들 중 여자들은 거의 대부분 가출을 한 상태인데 반해 남자들은 거의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는 남자 청소년들이 반드시 성매매를 통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 씨와 송 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처음엔 동성 채팅방에서 단순히 성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주제가 동성과의 섹스로 옮겨가게 되고 결국 이 씨가 성관계 제의를 했다. 이에 송 군이 “얼마를 줄 수 있냐?”고 하자 이 씨가 “지금 돈이 없는데 어쩌냐”고 했고 송 군이 “그럼 담배나 한 갑 사달라”고 하면서 성관계가 이뤄졌다.
이렇게 시작된 관계에서 송 군은 남자와의 섹스를 통해서도 성적인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송 군과 이 씨와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성매매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문 아무개 사병(22)이 박 아무개 군(17)과 성매매를 한 케이스가 바로 그것.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두 사람은 한 어린이공원 화장실에서 유사성행위를 했다고 한다. 박 군은 대가로 3만 원을 받았다고.
부 형사는 단속 후 상담을 하면서 가해자인 문 사병이 청소년 시절 성매매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휴가를 나온 문 사병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방식으로 성적인 욕구를 해소한 셈이다. 이렇게 피해자가 가해자로 옮겨가는 일은 주로 남성 청소년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고 한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