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저들 중에는 흑심을 품고 성관계를 목적으로 게임애인을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 ||
지난 7일 울산 남부 경찰서는 모 온라인 게임에서 10대 초등학생과 게임애인을 맺어 실제 만남을 시도한 30대 남성을 구속했다. 모 온라인 댄스 게임에서 만난 이들은 서로를 ‘자기’ ‘서방님’ 등으로 부르며 사이버 소꿉놀이를 했다. 몇 달간 게임을 하며 서로 나이를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실제 만남을 시도했고 초등학생은 가출하기에 이른 것. 30대 남성은 초등학생을 여관으로 유인하려 했지만 실패, 이후 PC방과 찜질방을 다니다가 가출신고를 받은 경찰로부터 실종아동 등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된 것이다.
이렇듯 게임애인은 나이 출신 학벌 등을 모두 뛰어넘는다. 인터넷이 가진 특성인 익명성이 그대로 게임 내에서도 투영되는 것이다.
게임 상에서 애인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게임애인은 실제 애인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라고 말한다. 게임 내에서는 비록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는 사이지만 이는 게임 속 캐릭터들끼리의 관계로 한정짓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을 실제로 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흑심을 품고 만남을 시도하거나 혹은 아예 ‘그것’을 목적으로 게임 속에서 접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A 씨는 지난 2년 동안 게임 속에서 6명의 여성과 사귀었는데 합의하에 성관계까지 간 적도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게임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는 수단도 없다”며 “나이트클럽 부킹보다 오히려 성공률이 높다”고 털어놓았다.
A 씨는 게임애인이 쉽게 만들어지는 게임으로 여성들이 선호할 만한 쉽고 간단하면서도 귀여운 온라인 게임을 1순위로 꼽았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은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성비가 맞지 않은데 이런 게임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댄스 장르 게임이라고 한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최신 가요를 감상할 수 있는 댄스 게임은 남녀 성비가 일 대 일이거나 혹은 여성이 더 많아 이른바 ‘물 좋은’ 온라인게임에 속한다.
함께 모험을 할 수 있는 MMORPG(다중 접속 임무 수행 온라인게임)도 게임애인이 쉽게 만들어지는 게임중 하나라고 한다. 대부분 여성 유저는 게임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남성 유저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특히 이들 게임은 게임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들을 서로 넘겨주거나 강한 몬스터를 함께 사냥해 주는 등 남성 유저가 여성 유저에게 각종 원조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게임 속에서 상대를 만나 함께 게임을 즐기다 보면 친분이 쌓인다. 그후는 자연스럽게 공식적인 게임 속 커플을 맺게 된다. 심지어는 몇몇 게임에는 이러한 커플들을 장려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이를 적극 유도하기도 한다.
이들 커플 게이머들은 해당 온라인게임을 고정적으로 플레이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소위 물이 좋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더 많은 게이머들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특히 몇몇 MMORPG에서는 게임 내에서 결혼을 할 수 있는 예식장이나 웨딩드레스, 결혼반지 아이템 등을 마련하고 있다. 심지어 둘만의 집을 제공하거나 커플만의 각종 특혜를 제공하기도 해 이러한 남녀관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또한 다소 수위가 낮은 정도의 스킨십은 게임 속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령 키스나 포옹을 한다든가 댄스 게임 등에서 서로의 몸을 비비는 ‘부비부비 댄스’ 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미성년자 게이머들에게 자칫 지나치게 성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게임 속 만남이 반드시 불건전한 목적으로만 발전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많은 수의 커플들이 게임 속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 결혼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반대로 값비싼 게임 아이템을 미끼로 상대방을 유혹하는 일들도 있다. 특히 이러한 아이템이 최소 몇 천 원에서 많게는 몇 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금전적 여유가 없는 10대 여성 유저들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20~30대 남성들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게임 아이템을 노린 사이버 꽃뱀도 최근엔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게임을 보다 편하게 쉽게 하기 위해 남성 유저에게 곧 만나줄 것처럼 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아이템을 내놓게 만든 뒤 상대방을 차단해버리는 수법을 주로 이용한다.
이 경우 몇 만 원짜리 아이템을 사기당하는 것은 약과. 아이템 거래가 되는 유명 MMORPG의 고가 아이템의 경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국내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MMORPG에서 아무개 여성 유저와 게임애인을 맺은 B 씨는 자신이 수개월에 걸쳐 어렵게 획득한 최고급 아이템을 이 여성 유저에게 빌려주었다가 낭패를 보았다. 잠시 사용해보겠다던 게임애인이 그대로 잠적해버렸기 때문이다.
몇몇 게이머들은 실제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 때문에 게임 속 애인을 맺었다가 큰 갈등을 빚기도 한다. 게임애인과 점점 호감이 깊어질 수록 게임하는 시간이 길어져 상대적으로 실제 애인을 만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게임 속 만남이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만큼 이에 대해 깊게 몰입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면서 “특히 자제심과 주의력이 부족한 미성년자들의 경우 게임애인을 맺는 것은 자칫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이성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봉성창 경향게임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