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아무개 씨(28)는 용산 전자 상가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통해 노트북을 샀다가 봉변을 당했다. 집에 도착한 택배 박스에 노트북 대신 ‘초코파이’ 한 상자가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초코파이 박스에 노트북을 담아 보냈나”하고 갸우뚱하며 상자를 들어보았다. 그러나 초코파이 박스에는 초코파이만 들어있었다. 바로 업체로 연락을 해보았으나 이미 전화는 끊겨있었다. 입금한 계좌까지 확인해보았지만 대포 통장이란 사실만 확인해야 했다.
이 업체의 사기방식은 매우 교묘했다. 먼저 정식 사업자등록을 하고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왔다. 네이버나 다음 등에서 검색을 하면 정식 업체로 등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보통 100만 원 정도 가격의 노트북을 70만~80만 원에 팔면서 고객을 끌어 모았다. 여기에 오픈 행사라고 하면서 회원가입을 하면 마우스를 보내주었다. 김 씨 역시 회원가입하고 바로 다음날 마우스를 받았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파는 이 업체의 단점은 딱 하나. 카드결제가 안 된다는 점이었다.
이 업체는 한 달 정도 이런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 그러다 배송이 점점 늦어졌다. 업체는 “주문량이 밀려서”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김 씨 역시 배송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싼 가격에 파는 터라 인기가 많은 쇼핑몰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며칠 후에 업체로부터 “고객님이 주문하신 물건이 발송되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받아서 안심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받은 건 초코파이 한 상자였다.
일명 ‘초코파이 사기’ 또는 ‘情(정) 사기’라 불리는 이 수법은 대포사업자번호, 대포폰, 대포통장까지 동원된 치밀하게 계획된 사기였던 셈이다.
인터넷 상거래에서는 소비자뿐 아니라 쇼핑몰 운영자도 사기를 당한다. 의류 판매 쇼핑몰을 운영하는 심 아무개 씨(40)는 “필리핀인데 티셔츠가 마음에 든다. 행사용으로 쓸 계획이니 4000장을 보내달라”는 주문 전화를 받았다. 하루 판매량이 몇 십 장에 불과한 쇼핑몰 운영자 심 씨에게는 그야말로 ‘대박’의 기회가 왔던 셈이다.
그런데 필리핀의 이 업체는 “행사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1주일 안에 보내달라”고 기한을 너무 촉박하게 주문했다. 심 씨는 대박 기회를 놓칠까 조바심이 났다. 이때 주문업체가 “한국에 지인이 있으니 어떻게든 만들어주기만 하면 그 사람을 통해서 필리핀으로 가져오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업체는 “4000장에 대한 결제 대금 중 일부를 한국 지인을 통해 지불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심 씨로선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전화가 걸려온 다음날 실제로 필리핀 주문업체의 지인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1차로 300만 원을 결제하며 계약서에 대리 사인까지 했다. 또 그 지인이라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하라”며 명함을 건넸다. 심 씨는 그날부터 급히 티셔츠 제작비 2000만 원을 끌어모았다. 그 동안 필리핀 주문업체로부터 독촉 전화가 오기도 했다. 가까스로 기한 안에 주문 물량을 모두 제작한 심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약속대로 필리핀 주문업체의 한국인 지인이라는 사람이 다시 찾아왔고 그는 티셔츠 4000장을 들고 필리핀으로 떠났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물건을 보냈지만 며칠이 지나도 결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의 지인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두절이었다. 필리핀 주문업체 쪽도 마찬가지였다. 심 씨는 그제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결국 그는 1700만 원의 손실을 두 눈 뻔히 뜨고 당한 셈이다.
쇼핑몰 컨설턴트 김태진 씨는 “이런 종류의 사기는 의류뿐 아니라 가전제품, 전동기구, 장난감 등 종류와 수량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고 전한다. 또 그는 “쇼핑몰들이 넘쳐나면서 적자에 허덕이는 운영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사기 행각에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각별한 주의를 강조했다.
인터넷의 수익 창출 방법이 다양해지는 것에 비례해 사기수법도 늘어난다. 이른바 ‘키워드 사기’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 스포츠 관련 의류 쇼핑몰을 창업한 박 아무개 씨(43)는 한 포털 사이트의 광고대행을 하고 있다는 사람으로부터 “좋은 키워드 자리가 나왔는데 싸게 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좋은 키워드 자리란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에서 해당 사이트를 검색하면 화면 상단에 뜨는 것’을 말한다.
좋은 키워드 자리는 매출과 직결된다. 막 쇼핑몰을 창업한 박 씨는 그렇지 않아도 키워드 광고를 할 심산이었는데 실제 광고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자리를 주겠다고 광고대행사에서 연락이 왔으니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광고대행사 측에서 “입찰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입금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한테 넘어가게 된다”고 해 서둘러 입금까지 했다. 다음날 자신의 쇼핑몰을 검색해봤지만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광고대행사 도 연락두절이었다.
이밖에도 쇼핑몰 그 자체를 사기의 수단으로 삼는 수법도 있다. 쇼핑몰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쇼핑몰 판매 글들이 올라오는데 그 내용은 “회원도 많고 장사도 잘 되는데 사정이 생겨서 급매를 하니 싸게 가져가라”는 것이다. 실제로 급매로 나온 쇼핑몰에 직접 가보면 회원수도 많고 게시판에 사용 후기 글도 많이 올라와 있다. 자세히 살펴봐도 매우 활성화된 사이트임을 알 수 있었다.
결국 큰 마음 먹고 쇼핑몰을 인수하고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회원수에 비해 매출이 턱없이 낮은 것이다. 결국 회원수와 게시판의 글들이 모두 조작된 쇼핑몰을 인수한 것임을 뒤늦게 알게 된다. 최근에 쇼핑몰을 인수한 박 아무개 씨(41)는 “이렇게 장사가 잘된다는 쇼핑몰 매물건들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정지연 팀장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판다거나 카드를 받지 않는 업체는 일단 피하는 것이 좋다”며 “게시판이 닫혀 있거나 삭제된 글이 많은 경우 혹은 환불, 교환 등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업체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대부분의 피해는 소비자들이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겠다는 생각에 현금 결제 등의 모험을 하면서 일어난다”며 “고가의 물건일수록 현금결제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