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가 자제들이 관여한 주가조작 사건의 배후인물로 구속된 조영훈 씨가 실제로는 ‘바지사장’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은 검찰에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두산가 4세 박중원 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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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훈은 누구?
조영훈 씨(29)는 서울 잠실에서 태어나 20대 초반까지 그곳에서 생활했다. 이미 검찰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조 씨의 학력은 ‘고졸’이 전부. 조 씨는 잠실 J 초등학교와 B 중학교를 거쳐 J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나이트클럽 웨이터 등의 일을 하며 지냈다.
고교 동창들은 조 씨를 허세가 심했던 인물로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동창들의 얘기만으로 조 씨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를 기억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학창시절 그의 이미지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동창들에 따르면 학창시절 조 씨의 집안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무렵엔 부모가 이혼을 했고 고교시절엔 결석도 자주 했다고 동창들은 전했다.
조 씨가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곳은 잠실에 위치한 S 아파트. 지난 2002년경 재개발 결정이 난 이후 집값이 폭등한 곳 중 하나지만 조 씨가 거주할 당시만 하더라도 강남에선 영세민 아파트로 불리던 곳이었다.
그런데 조 씨는 친구들에게 자주 허세를 부렸다고 한 동창은 증언했다. 그는 “부유한 집은 아니었는데 과시욕 때문에 그랬는지 몰라도 항상 지갑에 10만 원짜리 수표를 꼽고 다녔다. 하지만 그 돈을 쓰는 것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물론 이런 부분은 성장기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한때 보이는 증상이기도 하지만 조 씨의 경우는 조금 과했다는 것이 동창들의 전언이다.
어쨌든 동창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조 씨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사교적인 인물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재벌 인맥 어떻게 형성?
검찰은 “조 씨가 강남 재벌 자제들이 드나드는 고급술집 종업원으로 일하며 인맥을 쌓은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결과 조 씨가 졸업 후 일했던 곳은 고급 술집이 아닌 강남의 한 유명 나이트클럽이었다.
조 씨의 동창생 김 아무개 씨(29)에 따르면 조 씨는 고교 3학년 때부터 강남역 부근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 보조를 시작했고 졸업 후에는 그곳에서 22세까지 약 2년간 웨이터 생활을 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이후 수입차 판매원 생활을 하며 재벌가 자제들과 친분을 쌓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20대 후반의 조 씨가 웨이터와 판매사원이라는 직업을 통해 과연 10여 년 연상의 재벌가 자제들과 주가조작을 공모할 정도로 끈끈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기자는 이러한 의문을 확인해보기 위해 조 씨의 현재 거주지로 등록돼 있는 서울 강남의 I 아파트를 찾아가 보았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조 씨가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3월 19일부터. 인근 부동산에 문의한 결과 조 씨는 전세금 12억 원에 계약, 이곳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는 어렵게 조 씨의 어머니와 닿아 조 씨와 재벌가 자제들이 만나게 된 과정을 물었지만 조 씨의 어머니는 대답을 회피했다. 그는 “함께 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졸업 이후 어떻게 살았는지는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이 좀 조용해지면 얘기를 해주겠다”며 뭔가 알려지지 않은 사연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 무슨 돈으로 뉴월코프 인수?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 2006년 9월 50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뉴월코프를 인수했다. 그 뒤 지난해 2월부터 4000여만 원의 술값을 들여가며 박중원 씨를 만났고 이후 박 씨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주가를 폭등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50억 원이라는 거액의 돈은 술집 웨이터나 자동차 판매사원을 하면서 벌기는 거의 불가능한 금액이다.
검찰도 뉴월코프의 인수자금의 출처를 명확하게 설명하진 못하고 있다. 검찰은 조 씨가 초기 인수자금을 사채시장에서 끌어다 쓰고 주가조작으로 차익을 불린 후에 이 돈을 갚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
우선 20대 후반에 특정한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닌 조 씨에게 50억 원의 거액을 빌려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그런 큰돈을 신용보증도 없이 20대 후반 자동차 영업사원에게 빌려준다는 것이 말이 되겠느냐”며 “재력가가 신용보증을 서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의 말처럼 조 씨가 사채시장을 이용한 것이 맞다 치더라도 조 씨의 뒤를 봐준 제3의 인물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박중원은 과연 얼굴마담?
검찰은 정일선 BNG스틸 대표의 투자로 ‘재벌테마주’로 급부상했던 IS 하이텍 역시 조 씨가 실소유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유 아무개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IS 하이텍의 이사 중 상당수가 뉴월코프의 사외이사 및 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뉴월코프의 실소유주가 박 씨가 아닌 조 씨로 결론 내려진다면 IS 하이텍 역시 조 씨가 실소유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검찰 발표에도 의문점은 있다. 뉴월코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인 투자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조 씨의 배후인물들이 추후보상을 약속하고 조 씨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소송을 진행 중인 한 피해자는 “박중원 씨가 진행하는 사업내용을 보고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생전 듣도보도 못했던 사람이, 그것도 자동차 판매사원을 하던 고졸 20대 인사가 박중원을 오히려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뉴월코프를 인수했다고 하고 있다”며 흥분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도 “조 씨의 이력을 볼 때 재벌가 자제를 뒤에서 조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며 “조 씨가 박 씨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것이 아니라 박 씨가 조 씨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조 씨가 뉴월코프에 박중원 씨를 끌어들인 것처럼 IS 하이텍에서도 정일선 대표와 그의 형제들을 끌어들여 비슷한 범행을 벌였을 것으로 보고 이 사건과 관련해 정 대표와 그의 형제들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