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만남까지 이어진다면 아깝지 않을 수도 있는 돈이지만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 과연 이들 사이트에서는 광고 문구대로 정말 섹스파트너를 만날 수 있을까. 채팅, 화상채팅에 이어 최근 우후죽순처럼 퍼지고 있는 섹스파트너 주선 사이트를 직접 체험해봤다.
한때 대표적인 섹스파트너 주선사이트로 유명했던 H 사이트. 이곳은 정회원 가입시 5분 이내에 여성과의 사이버 만남이 가능하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 특히 이곳 여성 게시판에는 만남을 원하는 새로운 여성들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면서 이러한 기대감을 부추기며 유명세를 탔다. 또한 이곳에서 실제 만남을 가진 남성들의 후기가 적지 않게 올라오기도 했다.
때문에 많은 남성들은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정회원 가입을 위해 월 3만 5000원, 3개월 결제시 5만 원 정도의 적지 않은 돈을 이체했다. H 사이트의 대부분 메뉴는 정회원을 위한 것이라며 비회원에게는 접속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정회원 가입을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메일이나 쪽지를 보내도 연결되지 않을 뿐더러 여성들이 올리는 자기소개나 사진은 죄다 인터넷에 퍼나른 것들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곳 H 사이트는 사기임이 밝혀졌다.
이곳에 피해를 입은 남성들은 억울해하면서도 정작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말한다. ‘아차’ 하는 마음에 운영자나 운영회사에 환불을 요구하려고 해도 연락처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곳 H 사이트는 5개월 정도 운영된 이후 폐쇄돼 버렸고, 이곳에 돈을 버린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남성들은 망신당하는 것을 우려해 경찰에 제대로 신고조차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 유명 성인 커뮤니티에 배너광고를 낼 정도로 진지하게 사업에 임하고 있는 M 사이트는 실제 만남이 이뤄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한 달에 3만 3000원, 6개월 결제시 5만 5000원 정도의 돈을 받고 있지만 그 돈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것이 이곳 사이트를 이용한 회원들의 설명이다. 이곳에 결제한 정회원들은 파트너를 원하는 여성 유저의 휴대폰 번호를 문자로 받을 수 있다. 이후 실제 만남까지 이뤄지느냐는 개개인의 역량에 달린 문제. 다른 사기 사이트에 비해 실제 주선을 시켜준다는 점에서 ‘양심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곳 사이트는 순수한(?) 의미의 섹스파트너 주선사이트가 아니라는 점. 다시 말해 이곳에 글을 올리는 여성들은 엔조이를 위해 만난다기보다는 대부분 조건만남 즉 성매매를 원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곳 사이트는 가입시에도 자기 소개 부분에 조건만남시 어느 정도 금액까지 내놓을 수 있는지를 기재하는 란이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실제로 정회원 가입 후 만남을 신청하자 즉시 문자로 상대방 전화번호가 왔다. 실제 통화를 시도하자 꽤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연결이 이뤄졌다. 김민정이고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20대 중반 여성은 15만 원에 2시간 정도 만날 수 있으며 신촌 주변 모텔에서 방을 잡고 1시간 후에 만나자고 말했다. 일단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실제 만남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여성들이 올린 글들을 살펴보던 중 몇몇 글들이 눈에 띄었다. 이른바 여행도우미가 돼주겠다는 것. 최근 휴가철을 맞아 업소 여성과 일당을 주고 함께 휴가를 떠나는 풍속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다. 일단 한 여성을 골라 전화를 연결해봤다. 괌으로 4박 5일간 여행을 떠나는데 같이 가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일정이 맞으면 갈 수 있다”며 경비 일체와 하루 20만 원의 돈을 요구했다. 5일이면 여행경비를 제외하고도 100만 원가량 비용이 드는 셈. 남자 쪽에서 여행경비까지 대는데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넌지시 물어보자 해외여행이니까 조금 깎아줄 수는 있다며 70만 원까지 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곳 사이트에서는 여성들에게는 파트너걸로 회원에 가입할 경우 월 최소 5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수익을 보장한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었다. 또한 남성들에게는 정회원 가입시 국내 여성뿐만 아니라 우즈벡 러시아 태국 중국 필리핀 등 해외 여성과도 만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 연결을 넘어서 인터넷 성매매 알선 의혹까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섹스파트너 주선 사이트는 사기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곳 업계의 중론이다. 일단 홈페이지를 그럴싸하게 만들어 호기심을 자극한 후 남성들이 걸려들면 결제를 유도해 수익을 올린 뒤 사이트를 폐쇄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그나마 일부 업체의 경우 실제 커뮤니티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순수한 만남을 원하는 여성보다는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하는 업소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는 까닭에 많은 남성들의 ‘기대’와는 전혀 딴판이다.
또한 애인, 하객 등 역할대행 주선 사이트에서 섹스파트너를 연결시켜준다는 광고 역시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 가짜 사이트이거나 조건만남을 연결해주는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이트 중에선 합법적이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유명 역할대행 소개 사이트와 비슷하게 꾸며 혼동케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섹스파트너 주선 사이트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쉽게 결제를 해서도 안 될 뿐더러 회원 가입도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가입시 환불 규정이나 약관 등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한 눈속임일 뿐 실제 환불이나 피해 보상을 받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회원 가입시에도 개인정보가 새어나갈 가능성도 매우 높다.
국내 유명 보안업체 한 담당자는 이러한 성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여성과의 연결을 위해 자체 메신저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바이러스나 백도어 프로그램(해킹을 위한 준비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되도록 설치하지 않는 편이 좋다. 특히 인터넷 뱅킹을 하는 사람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