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선전화보다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사진제공=LG데이콤 | ||
인터넷전화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요금이다. 사용자의 통화패턴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10~40% 정도의 통화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휴대폰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제공된다. 단점도 있다. 인터넷 선을 이용한 전화이다 보니 해킹, 바이러스 등에 노출될 수 있고 정전 시에는 통화를 할 수 없다.
인터넷전화는 과연 비지떡일까 아니면 진화된 차세대 통신수단일까. 그 장단점을 꼼꼼하게 따져보았다.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요즘 이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올 초 인터넷전화가 시작될 때만 해도 소비자들의 불만은 통화품질이나 과잉요금청구 등이었다. 하지만 통화품질 문제는 상당히 개선됐다. 최근 인터넷전화를 사용한 가입자들은 “통화에 크게 불편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통화품질도 나쁘지 않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건 당연한 셈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터넷전화의 단점 중 가장 문제되는 부분이 바로 ‘긴급전화 시 위치추적이 안 되는 점’이라고 한다. IP 추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즉시 추적이 되지 않을 뿐더러 추적을 한다고 해도 동네 정도밖에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집에 화재가 나 인터넷전화를 이용해 ‘911’로 긴급전화를 걸었으나 집주소를 말하지 못하고 통화가 끊기고 말았다. 유선전화라면 신고를 받은 소방서에서 바로 위치추적을 해 출동할 수 있었겠지만 인터넷전화는 위치추적이 되지 않아 소방차는 신고자가 이사하기 전의 주소로 출동했다고 한다.
위치추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입자가 자신의 주소를 통신업체에 제공하면 된다. 그러나 이사를 할 때마다 주소를 통신업체에 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내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LG데이콤 측은 “최근에는 가입자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DB화해 KT의 알리스시스템과 연동시키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위치추적이 되지 않는 단점을 최대한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문제는 있다. 위치추적이 되지 않는 인터넷전화는 보이스 피싱 업체 쪽에서 보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중국 쪽에서 건너오는 보이스 피싱에는 무방비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인터넷 업체 측은 “보이스 피싱 피해는 유선전화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전이 되면 인터넷이 끊기는 것처럼 인터넷전화도 불통이 된다. 집에 침입한 강도가 전원을 차단하거나 화재로 인한 정전 시에 가장 필요한 전화가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LG데이콤 측은 “강도 등 악의적으로 전화를 차단하는 경우라면 유선전화도 안전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라며 “정전 시간도 1년 평균 18분밖에 안되고 더구나 휴대전화가 1인당 한 대꼴로 보급돼 있어 정전에 따른 불편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터넷전화업계의 설명은 다르다. 이들은 “국정원이 인터넷전화 감청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한 적이 있다”며 “이는 인터넷전화를 해킹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고 밝혔다. LG데이콤 측 역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도청은 일부 기업 전화에 국한된 문제이며 개인전화의 경우 따로 보안 패치를 두고 있어 해킹의 염려는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해도 해킹되는 게 요즘 세상인데 인터넷전화만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무리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신 번호에 ‘070’이라는 앞자리 번호가 뜨는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전화의 번호이동제를 10월 안에 시작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결국 집에서 쓰던 번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인터넷전화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럴 경우 1분당 3.19원의 접속료가 따로 부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화는 유선전화보다 훨씬 저렴하다. 특히 인터넷전화 간의 통화는 무료다. 다자간 통화도 가능해 서울에 사는 딸과 제주도에 사는 엄마, 부산에 사는 언니가 같은 통신사의 인터넷전화에 가입하면 한푼도 내지 않고 통화할 수 있다.
또 주요 20개국 국제전화 요금이 1분에 50원인 점도 매력적이다. 이밖에 인터넷전화로 이동전화나 시외전화를 걸 때도 유선전화보다 싸다. 가격 면에서는 유선전화보다 월등하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인터넷전화로 유선 시내전화를 거는 경우다. 이때는 인터넷전화와 유선전화가 각각 3분당 38원과 3분당 39원(LG데이콤 myLG070 기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국내 유선전화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KT는 이러한 인터넷전화의 요금 공세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서둘러 요금 패키지 상품을 출시해서 인터넷전화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여러 가지 패키지를 이용하면 인터넷전화와의 요금 차이는 한 달에 불과 1000~2000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인터넷전화의 저렴한 요금을 유선전화가 따라가기는 벅찬 느낌이다. 특히 인터넷전화 가입자끼리의 통화는 무료이기 때문에 잘만 이용하면 획기적으로 요금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KT 역시 인터넷전화 사업을 외면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KT는 유선전화 가입자의 이탈을 막으면서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늘려야 한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셈이다.
부가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인터넷전화는 일종의 작은 컴퓨터라 할 수 있다. 항상 접속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버튼만 누르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컴퓨터보다 편하다. 또한 무선환경 제공, 벨소리·진동전환, 날씨·뉴스·증권 등 생활정보 검색 등까지, 유선전화가 구현할 수 없는 새로운 통신 환경도 제공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인터넷전화는 유선전화를 압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 각자에게 맞는 통신 수단을 사용하는 게 지혜로운 선택”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