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국민은행 본사 건물. 윤 내정자는 내외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요신문 DB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성낙조 위원장은 KB금융지주 회장 후보 발표 후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성 위원장은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 활동 기간 동안 내부 인사 출신 회장 선임을 주장해왔다. 성 위원장은 “어찌됐든 외부 낙하산을 저지해 자존심을 살렸다며 내부는 나쁘지 않은 분위기”라며 “며칠간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보면 시장도 윤 내정자를 좋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금융 회장 최종 후보가 발표된 22일부터 24일까지 주가는 약 5% 올랐다.
이처럼 내·외부에서 긍정적인 평을 듣고 있는 윤종규 회장 내정자가 낙점되기까지의 과정은 치열했다. 윤 내정자는 하영구 씨티은행장과 1차 투표에서 한 표차로 앞서는 등 피 말리는 선거전을 치렀다.
지난 22일 회추위는 제5차 회의를 개최하고 4명의 2차 압축 후보들을 인터뷰했다. 이날 회추위는 앞서의 심층면접과 헤드헌팅 회사에서 받은 평판조회 등을 참고해 최종 회장후보 1인을 선정하기 위한 투표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김영진 KB금융 회추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5차 회추위의 투표 내용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처음부터 이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고 모든 분에게 떳떳하게 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모든 이사들이 일어난 걸(투표 내용을) 정확하게 밝히자고 했다”고 밝혔다.
투표 과정은 이랬다. 총 9명의 사외이사 중 1차 투표에서 윤 내정자가 5표, 하영구 은행장이 4표가 나왔다. 나머지 두 명은 한 표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재적 3분의 2인 6표 이상을 얻은 후보가 없어 2차 투표에 돌입했다. 2차 투표 결과 윤 내정자가 6표, 하 행장이 3표를 얻으며 ‘게임’이 끝났다. 김 위원장은 처음 회장 선출 기준으로 제시한 품성과 자질, 리더십 역량, 금융산업에 대한 경험과 전문지식, KB금융에 적합한 경영 능력 등을 고려해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윤 내정자가 KB금융의 정식 수장으로 등극하기까지는 몇 가지 절차가 남아 있다. 29일 윤 내정자는 6차 회추위에서 자격검증 절차를 거친다. 이 절차를 통과하면 윤종규 내정자는 오는 11월 21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결을 통해 정식 회장으로 취임한다. 6차 회추위 자격검증절차는 어감 상으로는 혹독해 보이지만 형식상의 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KB금융 관계자도 “자격검증이라고는 하지만 일종의 요식행위일 뿐”이라며 “사실상 (KB 회장으로) 선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을 이끌 윤 내정자에게는 할 일이 산더미다. 가장 먼저 전임 회장이 남기고 간 LIG손해보험 인수 건을 처리해야 한다. 지난 6월 KB금융은 LIG손해보험 인수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금융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KB 사태’가 터지자 금융위는 LIG손보 인수에 대한 승인을 KB금융 회장 선임과 지배구조 문제가 정리된 이후로 미뤘기 때문이다.
KB금융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임할지, 새로 행장을 선임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노조 측은 겸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낙조 위원장은 “금융지주가 만들어졌지만 실상 은행이 지주 규모의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지주 회장은 은행장이 자신의 밑에 있다고 생각하고 은행장은 지주의 90%를 자신이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 다툼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최소한 은행이 지주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60% 선으로 떨어질 때까지는 회장이 행장을 겸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KB금융 관계자는 “아직 회장이 행장을 겸임할지, 행장을 선출할지, 그리고 그 결정을 언제 할지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며 “윤종규 내정자와 논의할 예정이지만, 이제 선출된 지 이틀밖에 안 됐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은행 직원들, 회장 선출에 무관심한 까닭 ‘짱’ 없어도 ‘짱’ 잘나가~ 이건호 전 행장의 ‘스토리가 있는 금융’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당시 고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을 제공하면서 같이 성장하자는 개념이었다. 이 전 행장이 이 같은 기조를 세우면서 단순 영업 실적 지양, 부적절 판매 금지,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연락 등의 지침 등이 따라왔다. 국민은행 직원들이 회장 인사에 큰 관심이 없는 이유는 또 있었다. 지난 24일 회장과 행장의 분란과 부재 속에서도 KB금융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842억 7200만 원으로 발표됐다. KB금융의 이 같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로는 0.05% 줄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11.20% 증가한 수치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직원 중에는 회장과 행장이 지들끼리 싸움만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회장이나 행장은 우리 식구가 아닌 ‘지들’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반대로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제대로 된 회장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회장과 행장 없이도 예상외로 KB금융의 영업이익이나 매출이 잘 나왔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제대로 된 회장이나 행장이 지휘하면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