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구리 9단. | ||
새로운 3파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창호와 이세돌이 호각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아주 근소한 거리 뒤에 구리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었지만 이제는 누가 세계 최강인지 잘라 말하기가 어렵게 됐다. 물론 아직도 구리가 이창호, 이세돌 못지않게 잘 둔다고는 하나 이창호와 이세돌을 완전히 따라잡지는 못했으리라는 생각들은 한다.
아무튼 이번 LG배를 기점으로 바둑계는 적어도 당분간 이창호 이세돌 구리 세 사람이 세계 정상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창호가 도도히 흐르는 장강이라면 이세돌은 여름날의 폭풍우고 구리는 고원(高原)의 바람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창호의 강은 절정기를 지나온 듯하다. 요즘 다시 원기를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어찌 계속 절정일 수만 있겠는가. 이창호의 강이 어디로 흘러갈지,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지켜보는 자체가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이세돌은 강렬하고 무섭지만 바로 그래서 얼마간 기복이 있다. 그게 불안 요소다. 폭풍우는 때로 스스로 피곤해지기도 하는 것.
구리는 바둑이 시원시원한 것처럼 인물도 좋고 성품도 좋다. 맺힌 구석이 없어 보인다. 이창호 이세돌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지나 집념 그런 쪽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다. 대신 그 나름의 통과 그릇이 마침내 경지에 이른다면 정상에서 롱런할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