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기 투자를 빙자한 리드앤의 다단계 사기사건은 수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작 회사대표 조 씨의 정확한 정체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피해자들은 조 씨의 인간적이고 진솔해 보이는 모습에 끌려 ‘돈 벌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조 씨는 ‘돼지갈비’와 ‘텔레비전’으로 설움을 삭혔던 자신의 경험에 대해 눈물로 얘기하며 투자자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돈이 없어 자식들 고기 한번 못 사줄 때 자식놈이 갈비가 그렇게 먹고싶다고 떼를 썼어요. 그때 못 사준 게 마음이 너무 아파서 돈 벌고난 후 LA갈비를 실컷 사줬습니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에 만화가 보고 싶다고 보채던 자식 생각에 돈 벌어서 52인치 평면 텔레비전을 사줬습니다. 여러분도 제가 반드시 돈 벌게 해드리겠습니다.”
조 씨가 투자자들 앞에서 자주 사용하던 문구였다.
조 씨는 시중에 난무하는 다단계 회사와는 다른 영업수단을 사용했다. 조 씨는 물품판매 등과 연루된 기존의 다단계 사기사건을 의식한 듯 최근 들어선 투자자들에게 색다른 사업 형태와 수익 구조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의료기기를 역렌탈하는 수법을 썼지만 이 방법으로는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했는지 조 씨와 경영진들은 투자자들을 교육할 당시 부동산 투자와 호텔운영, 쇼핑몰 임대사업 등 전혀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거론했다고 한다. 경북 김천시의 한센마을 A도시개발사업과 경남 창녕군의 호텔 운영, 부산시 부산진구 혼수웨딩백화점 등에 투자 의향을 밝힌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조 씨는 잠적하기 전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전국 지사를 순회하는 등 투자자들과의 접촉에도 열심이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조 씨는 BMW 740을 타고 지사에 자주 드나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들은 조 씨를 보며 대박의 꿈을 키웠던 셈이다. 조 씨는 지난 2일 영천에 소재한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했는데 이것이 마지막 모습으로 알려진다.
조 씨의 행방이 3주째 깜깜 무소식인 가운데 조 씨와 회사 간부들의 실체에 대해서 여러 가지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
조 씨는 2004년부터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주)BMC라는 간판을 내걸고 다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전국의 지사와 사업장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직접 교육까지 해가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더 많은 투자금을 모아왔다. 회장의 위치에서 개인투자자들 앞에 스스럼없이 나타나 투자를 독려하던 조 씨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상상 이상이었던 셈이다.
경북 영천 출신으로 알려진 조 씨는 형제와 친구들을 회사의 핵심 임원으로 들이면서 사업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조 씨를 돕던 경영진들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그만큼 조 씨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었다. 조 씨 역시 다단계로 피해를 봤다가 기사회생한 인물이라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젊은 시절 영남지역에서 주먹으로 활동하다가 식당을 해서 종잣돈을 모았다는 얘기도 들리는 등 조 씨에 대해선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조 씨에 대해 확인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 수년간 대구에서 모 냉동식품 남구센터를 운영했다는 것이 전부다.
다만 조 씨와 회사의 경영진들의 사기전과는 일부 확인됐다. 조 씨는 사기와 민사소송법 위반으로, 조 씨의 초등학교 동창인 부사장 최아무개 씨는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대한 법률 위반으로, 고문을 맡고 있던 김아무개 씨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와 건강식품 등에 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입건, 처벌을 받은 바 있다. 김 씨는 10월 24일에도 조치원 부근의 펜션에 모습을 드러내 지사장들을 안심시키고 돌아갔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모임 측에 따르면 대구의 중앙센터에 근무했던 조 씨의 형과 형수는 11월 초경 중국으로 출국했지만 조 씨와 핵심 관계자들은 국내에 아직 은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계좌추적과 함께 회사대표 등 수배자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며 “이들 중 몇 명이 해외로 도망갔는지, 국내에 있는지는 현재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빼돌려 전국을 무대로 이권 사업을 벌였다가 돌연 잠적한 조 씨. 그가 스스로 나타날지 아니면 제이유 주수도 씨처럼 체포될 때까지 도망다닐지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그가 하루 빨리 나타나 피해액 중에 얼마라도 건질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