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업체와 회원들 사이엔 일종의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다. 업체들은 회원들이 올린 대량의 콘텐츠로 자사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이곳 회원들도 자신이 올린 콘텐츠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
엄밀히 따지면 이들 콘텐츠들은 대부분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것들이다. 그 때문인지 이들의 공간엔 저작권자들과 단속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한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들 나름의 은밀한 표식을 통해 자료를 비밀리에 공유하는 새로운 P2P 문화에 대해 집중 조명해봤다.
P2P 문화를 이해하려면 이 공간에서 이뤄지는 거래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구조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P2P 업체들은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때 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한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1MB당 10~20원 정도로 요금이 형성돼 있다. 이 수입은 명목상 고스란히 유저에게 돌아가지만 업체는 많은 비중의 수수료를 떼어 수입을 올리고 있다.
가령 모 P2P 업체의 경우 A라는 회원이 최신 영화를 올려서 다른 회원들이 다운로드받으면 여기서 30%만이 회원 몫으로 돌아간다. 나머지 70%는 업체가 수수료로 갖게 된다. 그러나 30% 자체도 회원에게 포인트 형태로 제공되며 이를 현금으로 출금할 때는 또 다시 50%의 수수료를 제한다. 한마디로 유저는 판매액의 15%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곳 업체에서 1.4GB짜리 보통 영화 한 편을 일반 회원이 다운로드받기 위해서는 120원 정도가 든다. 이 가운데 영화를 올린 회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36원이며 이를 현금으로 받는다면 18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이곳 사이트에 애니메이션과 게임 콘텐츠를 주로 올린다는 김경호 씨(가명·24)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한 달에 10만~20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용량이 큰 최신 게임을 가장 먼저 올릴 경우에는 불과 2일 만에 1000명가량이 다운로드받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약 4만 원의 수입이 발생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수입이 발생하는 만큼 업로드 회원들의 서비스도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운로드받는 회원들의 질문에 일일이 친절하게 답변하는가 하면, 다양한 이미지와 설명 등으로 자신이 올린 콘텐츠를 다운로드받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 콘텐츠의 경우에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야 판매량이 높아진다는 것이 이곳 회원의 설명이다. 보통 일본 AV, 서양 포르노 혹은 국내에서 촬영된 아마추어 동영상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실제 영상과는 상관없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다른 회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회원들 간의 특수한 암호도 존재한다. 클릭할 때 뜨는 설명글이나 섬네일 이미지에 그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사용한다. 가령 모자이크가 있는 경우에는 MC 유재석 사진을, 모자이크가 없는 경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노홍철 사진을 올려놓는 것이다. 유재석의 경우 있을 유(有)자가 있어서, 노무현의 경우 노(No)라는 글자가 있기 때문에 사용된다. 성인물의 경우 성기가 노출될 정도로 수위가 높을 경우 이따금씩 삭제당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밝히기보다 이러한 암호를 사용하는 것이다.
P2P 서비스에서 공유되는 콘텐츠의 95% 이상은 저작권이 엄연히 존재하는 콘텐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령 TV에서 방송한 드라마 역시 본인이 직접 저장해 공유한다 하더라도 엄연히 방송국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영화 음악 게임 등 특히 저작권에 민감한 콘텐츠의 경우 이러한 회원들에게 연락을 보내 경고하거나 심한 경우 고소도 이뤄진다. P2P업체 역시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콘텐츠를 모니터링해 삭제하거나 혹은 검색을 아예 할 수 없도록 조치하기도 한다.
그 여파인지 요즘 콘텐츠를 주로 업로드하는 회원들은 최신영화와 음반을 업로드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고소당했을 때 예전처럼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고 대행을 맡은 법무법인을 통해 확실하게 처벌이 이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성년자의 경우 경고만 하고 법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성인이라 하더라도 몇 차례 경고 이후에 법적 조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최신 게임이 발매되자마자 P2P를 통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나이와 상관없이 단호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감시 및 고발은 주로 저작권자가 권리를 위임한 법무법인을 통해 이뤄지는데, 법적인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는 거액의 합의금을 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