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훈 대표의 별장이 있는 포천시 신읍동 596-2번지. 현재 이 대표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이 울타리 안에 자리한 596번지로 지목이 ‘임야’로 돼 있는 곳이다. | ||
그런 와중에 최근 한 기업가가 경기도 포천시 일대에 위장전입, 오랫동안 자경농의 혜택을 받으며 탈세를 일삼아 왔다는 의혹이 일대 주민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바로 유니베라(구 남양알로에) 이병훈 대표다. 부친의 업을 이어 1996년 유니베라 사장으로 취임한 이 대표는 알로에의 효능과 효과를 입증해낼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이러한 연구력을 기반으로 회사를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관련 서류에 따르면 이 대표는 포천 일대에 방대한 규모의 땅을 소유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땅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애초 이 대표가 포천에 전입신고를 할 당시 문제의 지번에는 장부상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등 석연찮은 정황이 포착돼 위장전입 의혹이 일고 있다.
정희경 전 국회의원의 아들로 학교법인 청강학원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기도 한 이 대표가 포천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작고한 그의 부친 이연호 전 남양알로에 창업주가 생전에 아들인 이 대표 명의로 땅을 매입하면서부터다. 등기부 등본을 보면 이 대표는 12세 때인 1974년에 이미 경기도 포천시 신읍동 596번지의 소유자로 돼 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1982년 8월 6일 경기도 포천시 신읍동 596번지로 전입했다고 이 대표는 신고했고 현재도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그곳으로 돼있다.
하지만 토지대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애초에 이 대표가 전입신고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석연찮은 점이 눈에 띈다. 이 대표가 전입지로 신고한 신읍동 596번지는 애초부터 지목이 임야로 나와 있는 것. 그리고 이 지번은 80년 9월 20일에 596-1, 82년 4월 27일에 596-2번지로 분할됐는데 당시에도 지목은 모두 임야였다. 이 대표가 주소지 전입신고를 했을 당시 596번지는 등기부등본상 지번은 존재하지만 지목상 임야라 실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 이병훈 유니베라 대표. | ||
이상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신읍리 596번지로 이전한 후 끊임없이 그 일대 땅을 사들였다. 이 대표가 80년대 초반 전입신고를 해서 현지 거주자로 등록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확인 결과 이 대표는 80년대 초반부터 신읍동 일대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는데 올 8월에도 신읍동 60X번지의 밭 565㎡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읍동 일대에 이 대표 명의로 되어 있는 부동산은 등기부등본 상으로 확인된 것만 25X번지를 비롯, 26X, 59X, 60X, 61X번지 일대 등 무려 36필지에 달한다. 또 인근에 이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청강학원 소유로 돼 있는 땅도 수 필지 확인됐다. 순수하게 이 대표 개인 소유로 돼 있는 땅만 해도 총 6만㎡(1만 8000여 평)가 넘는 규모다. 이 대표는 2000년 이후에도 신읍동 62X번지를 비롯해 7필지(총 3700여㎡)의 땅을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농지원부에 따르면 이 대표는 엄연히 ‘농업인’으로 등록돼 있어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 대표가 소유한 36필지 중 최소 5만여㎡ 이상이 자경농지로 돼있다. 확인 결과 이 대표의 농지원부 최초 작성일자는 1992년이었다. 농지원부 최초 작성일로부터 2년이 지난 경우에는 등록세, 취득세 50%의 감면 혜택이 있다. 농지를 매도하는 경우에도 8년이 지나면 양도소득세가 비과세가 되는 등 상당한 혜택이 있다.
농지 소유 제한을 명시한 농지법 제 6조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고 예외적인 경우도 상속, 이농, 주말체험영농 등으로 국한시키고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 중에서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 위장전입 의혹이다. 만약 위장전입이 사실이라면 이 일대 부동산을 사들인 행위도 투기 의혹이 제기될 수 있고, 동시에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자경농 신분으로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누리고 탈세를 해왔다는 의혹도 비껴갈 수 없을 듯하다. 이 경우 이 대표는 그동안 납부해온 종토세와 재산세, 종부세 등 상당 부분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 이병훈 씨 소유 땅의 토지대장(위)과 농지원부. 이 대표의 주소지인 포천 신읍동 596번지 일대의 지목이 ‘임야’라고 적혀 있다. | ||
두 번째는 이 대표가 과연 자경농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다. 신읍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 씨가 소유하고 있는 지번에 대해 “관리인만 거주하고 있을 뿐 이 씨가 상시거주하지는 않는다. 가끔씩 들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지역 주민들도 “농사를 직접 짓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니베라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심결에 “대표님은 서울에 거주한다”고 했다가 취재 목적을 알고난 뒤 황급히 말을 바꾸기도 했다.
자경농은 농지소재지 및 인근지역(20km)에 거주하면서 농업에 상시 종사하거나 농작업의 1/2을 자기 노동력으로 경작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농지법은 위탁·임대차·사용대차 경영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봐도 사업에 바쁜 이 대표가 6만㎡에 달하는 농지를 자경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 모구청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상시 거주하면서 자경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확인하기가 상당히 애매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주택도 없는 596번지에 주소지를 이전해 놓은 사실이 서류상으로 남아있어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 후 잘못된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근거로 해서 방대한 규모의 농지를 사들인 것은 위법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왜 뻔히 드러날 임야를 주소지로 등재했을까. 이에 대해 주민센터 측에서는 “당시 담당자가 없어서 자세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토지대장상 엄연히 임야로 돼있는 596번지가 주소지로 돼있는 것은 의문이다. 신고 당시 중대한 실수 혹은 오류가 있었거나 지목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당시 해당 지번에 컨테이너 같은 무허가 건축물 등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이 대표가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감독을 하고는 있지만 매일 지키고 앉아서 감시할 순 없지 않느냐. 옷가지 등이 있고 생활흔적이 있을 경우 살고 있다고 하면 믿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대답했다.
기자는 이 대표에게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해외출장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회사 측에서는 “이 대표의 주소지나 땅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답변해 줄 것이 없다”고만 답변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