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세븐럭 소속의 한 에이전트가 고객에게 돈을 빌려줬다 돌려받지 못하자 고객과 그의 가족들을 협박하다가 경찰에 고발당한 데서 비롯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에 고발된 피의자들은 모두 4명. 이 가운데 3명은 세븐럭 카지노 업장에서 버젓이 불법 사채업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일부 계약직 에이전트들까지 이 같은 불법 사채업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카지노 업장 안에서 사채업이 만연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업장 측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2월 25일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서는 세븐럭 강남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국제범죄수사대 측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세븐럭 카지노를 이용하던 개인 고객과 카지노에서 고용한 에이전트와의 사적분쟁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피의자들의 출입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했지만 업장에서 응하지 않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애초 요청했던 자료는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압수수색을 불러온 사건은 세븐럭 단골 고객이었던 A 씨(남·58)의 가족이 에이전트였던 B 씨(남·52) 등 4명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말 A 씨의 가족들이 B 씨 등 4명으로부터 상습적인 협박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A 씨와 피의자 B 씨는 지난 2006년 초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서 우연히 인연을 맺은 뒤 관계를 이어 왔다고 한다. 이후 그해 말 B 씨는 세븐럭 카지노에서 손님을 끌어 모으는 에이전트로 고용됐고 A 씨는 이듬해 필리핀 은퇴 비자를 통해 필리핀 영주권을 획득했다. 외국인 신분을 확보한 A 씨는 B 씨의 권유로 세븐럭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카지노에 드나들던 A 씨는 돈이 떨어지면 에이전트인 B 씨를 통해 돈을 빌렸고 나중에는 B 씨를 통해 소개받은 업장 내의 다른 사채업자들로부터도 돈을 빌리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A 씨가 빌린 돈은 총 15억 원. 사채가 지나치게 커지자 A 씨는 원금과 이자를 다 갚지 못해 도망을 다녔다.
이때부터 B 씨와 사채업자 3명은 A 씨의 가족들을 찾아가 온갖 협박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흔히 영화에서 사채업자들이 하는 것처럼 A 씨의 집에 찾아가 옷을 벗고 행패를 부렸다고 하더라”며 “두 차례에 걸쳐 집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자 결국 가족들이 참다 못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A 씨와 B 씨의 세븐럭 출입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 세븐럭 측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업장에서 고객 기밀이 누설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 결국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앞세우고서야 관련 자료를 넘겨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온갖 억측이 나돌면서 업계를 긴장시켰던 경찰의 세븐럭 압수수색은 ‘기대’와는 달리 ‘큰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이번 사건이 완전히 ‘상황 종료’가 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밝혀낸 세븐럭 업장 내의 불법 사채업자들에 대해 수사할 가능성을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측의 한 관계자는 “문화관광부 소속 공기업 업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외국인 신분을 가지고 있는 카지노의 불법 사채업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내부 직원인 에이전트가 불법 고리 사채업을 벌였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또 B 씨 같은 정식 에이전트뿐만 아니라 일부 계약직 에이전트들도 고객들과 돈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A 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은 B 씨 말고도 사채업자 3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불법사채업이 업장 내에 만연해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무한 지 3~4년 됐다는 딜러 C 씨는 “우리 하우스에서 돈을 빌려주는 곳이 없으니까 그들(손님과 에이전트)끼리 돈 거래를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븐럭 측에서는 업장 내의 이 같은 불법 사채업에 대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에이전트와 고객 간의 사고에 대해서도 “손님과 에이전트 사이의 사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김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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