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대월 KCO 대표이사 | ||
이번 사건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이번 송사가 ‘제2의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전 대표에게 고소를 당한 권 회장은 광주시 오포읍 일대에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며 조합을 만들어 조합원 1000명에게 수백억 원의 돈을 거뒀다.
그러나 이 지역은 원형보전 녹지지역으로 애초부터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했던 곳이다. 결국 1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사기를 당한 모양새가 됐다.
취재결과 이번 사건에는 수백 명의 무주택 서민들이 걸려들어 피해를 봤으며 한 중견건설사도 적지 않은 돈을 편취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아파트 건설이 사실상 물 건너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아직까지도 이번 사업이 계속 진행될 것이라 믿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정보기관 등에서는 전 대표의 이번 고소 사건이 ‘제2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전대월 대표는 지난달 13일 L 건설사 권 아무개 회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는 권 회장이 광주시 오포읍 산×× 인근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며 사업권과 토지 매매대금 명목으로 231억 원을 편취해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대표와 권 회장의 송사는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일대의 아파트 개발건에서 비롯됐다. 사건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 회장은 2003년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산××번지 일대 12만㎡에 18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했다.
분당신도시 바로 옆에 붙은 이 땅은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모두 1140명이 조합에 가입했다. 이들은 가입비 명목으로 2000만 원가량을 조합에 지불했다. 업체가 이렇게 거둔 돈만 200억이 훌쩍 넘는다.
권 회장 측은 2004년 조합원들로부터 거둬들인 돈, 시공사로 참여하기로 한 건설사 자금, 은행대출금 등을 동원해 이 땅을 매입했다. 문제는 이 땅이 공동주택의 건축이 불가능한 원형보전녹지지역이었다는 것. 당초 조합 측은 국토이용계획 변경을 통해 땅의 용도를 취락지구로 바꾸면 아파트 건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광주시 측은 이 지역이 1999년 원형 보전녹지로 지정돼 용도변경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조합 설립은 물론 아파트 건축 인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게 시의 기본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2004년 행정심판 등을 통해 광주시를 상대로 조합설립인가를 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벌였으나 모두 패소했다. 그리고 다음해 시행사인 L 건설 권 아무개 회장은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에게 인허가 편의를 봐달라며 13억여 원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구속됐다. 당시 정·관계로 권 회장의 돈이 흘러들어갔다는 투서가 도는 등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조합에 가입했다가 시공사인 모 건설사에서 계약금을 돌려받고 조합을 탈퇴한 이 아무개 씨는 “시공사에서는 회사의 이미지를 고려해 손해를 감수하고 계약금을 돌려줬으나 시행사인 L 사 측에 돈을 입금한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금까지 자체 해결을 모색해왔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아 내지 못한 상태다. 광주시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용도 변경을 해줬으면 하는 게 조합원들의 바람이지만 광주시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향후 용도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제2의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사업성만 내세워 서민들의 돈을 끌어 모았으나 막상 첫 삽도 뜨지 못했던 모양새가 ‘굿모닝 시티’ 사건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현재 피해를 본 조합원들은 대부분 무주택 서민들이다.
그렇다면 유전개발 전문가로 알려진 전 대표가 난데없이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 대표의 말에 따르면 권 회장이 구속 전 도피생활을 하다가 사업성 등을 내세워 전 대표에게 접근해왔다고 한다. 전 대표는 유명건설사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봤고 게다가 권 회장은 위조된 계약서 등을 전 대표에게 내밀어 의심하지 않고 사업에 참여했다. 그리고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231억 원을 권 회장에게 넘겼다.
그러나 권 회장이 결국 검찰에 구속되면서 일이 꼬였고 광주시도 애초부터 토지에 대한 용도를 변경시켜 줄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전 대표는 권 회장에게 사기를 당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내가 연관이 돼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직도 수백 명의 조합원들이 아파트 설립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번 사건이 알려질 경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고소인 조사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보도가 나가면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이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 특히 전 대표는 “사업하는 사람인데 이런 사기를 당했다는 것은 망신”이라며 이번 사건을 자신과 연결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전 대표의 이번 송사는 향후 더 큰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L 건설의 신현리 일대 아파트 개발건과 관련해 700명의 피해자들이 이번 사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건이 정·관계 로비사건으로까지 번진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