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찰에 적발된 신종 풀살롱 N 주점 전경. | ||
신종 성매매업소로 지목받고 있는 ‘풀살롱’에서 일을 하는 A 양(25)의 휴대폰에 전화 통화를 시도하자 들려온 응답이었다. 강남에 매섭게 불고 있는 경찰의 성매매업소 단속을 피해 업소 여성들도 잠수를 타는 듯 보였다. 이처럼 강남 유흥업계가 얼어붙고 있는 것은 최근 경찰에 의해 적발된 신종 룸살롱인 이른바 ‘풀살롱’ 사건 때문이다. 풀살롱은 최근 등장한 새로운 성매매업소 형태 중의 하나로 룸살롱과 성매매가 결합된 것이다. 이 업소에선 손님들이 여종업원과 술을 마시다가 침대방으로 이동해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까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5일 강남구 삼성동에서 N 주점을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업주 강 아무개 씨(37)와 박 아무개 양(19) 등 여성 종업원 11명, 홍 아무개 씨(31·회사원) 등 손님 11명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주점은 10층 건물을 통째로 사용했다. 유흥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풀살롱은 3년 전부터 등장했다고 한다.
기존 룸살롱은 1차에 술을 마신 뒤 2차를 원하는 손님만이 여종업원과 함께 모텔로 가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손님들이 술만 마시고 가려는 경우가 많아 돈을 좀 더 벌고 싶어하는 여종업원은 2차까지 함께 패키지로 돼 있는 형태를 선호한다고 한다. 보통 풀살롱에서 성매매까지 하는 경우 1인당 42만 원을 받는데 2차를 안 가는 경우에는 25만 원의 주대만 받는다. 여종업원은 1차 술자리에만 동석을 할 경우 8만 원을 번다.
하지만 2차까지 나가면 20만 원을 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룸살롱에서 한층 진화된 풀살롱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남성 손님들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룸살롱에 점차 빠져들었고 이후 강남엔 이 같은 업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됐다.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N 주점도 전형적인 풀살롱 업소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곳의 원조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N 주점의 원조는 3년 전부터 고급화 전략을 추진해 성공한 한 업소라고 한다. 이 업소는 가격 5만 원을 올리는 대신 외모가 뛰어난 여성 종업원만을 채용해 서비스를 했고, 이후 손님들이 늘어 대성공을 했다고 한다. 이에 이곳 사장 밑에서 일을 배우던 사람이 나와서 같은 이름으로 2, 3호점을 차렸는데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N 주점이 3호점이라는 것이다.경찰 관계자는 “N 주점에서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검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도 풀살롱이 성업 중인데 유독 N 주점만 건드리냐”며 “아마도 누가 일부러 신고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N 주점은 지난해 9월 강남구청으로부터 1~3층만 유흥업소 허가를 받았지만 그동안 10층 건물을 통째로 이용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N 주점이 있는 건물은 전체 1818㎡(약 550평)로 한 층이 181㎡(약 55평)정도 크기다. 1층은 주차장과 현관이 있었고 현관으로 들어가면 위층과 연결된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설치돼 있었다.
2~3층은 여성 종업원들과 손님의 대기실로 이용됐고, 4~7층이 룸살롱이었는데 룸은 모두 24개였다. 문제는 8~10층이었다. 침대방이라 불리는 룸이 총 18개가 있었고 룸마다 침대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방구조도 일반 모텔과는 달랐다. 룸살롱을 불법 개조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물론 허가받은 숙박시설은 아니었다. 이곳이 바로 아래층 룸살롱에서 1차를 끝낸 손님과 여종업원이 2차를 즐기는 성매매 장소였던 것이다.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도 룸살롱 바로 위에 있는 이 침대방 때문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업소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인터넷 예약제를 통해서도 손님을 받는 등 한층 더 진화된 영업을 했다. 경찰 조사에서 업주 강 씨는 “N 주점의 건물 임대료는 보증금 6억 원에 월세 6000만 원이고 기초 운영비와 투자비, 인건비 등을 합하면 100억 원대 규모”라고 밝혔다.
시설투자 및 운영비용이 웬만한 중소기업과 맞먹는 규모였다.이들 풀살롱 업소들은 술 판매보다는 여성 종업원들과 노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영업을 하고 있다. 1차인 룸에서는 여종업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면서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보낸 다음 자연스럽게 2차 장소인 모텔로 옮겨 1시간 동안 서비스를 받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것.
이런 서비스 때문인지 N 주점은 늘 손님이 북적거렸다고 한다. 지난 5일 경찰이 현장을 덮쳤을 때에도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경찰이 침대방에 들이닥치자 알몸 상태의 여종업원들은 황급히 이불로 얼굴을 가렸고, 주로 회사원들로 밝혀진 남성 손님들은 속옷을 입느라 허둥지둥했다고 한다.
경찰은 N 주점에서 가게 대장과 현금 1080만 원 및 카드 단말기와 다량의 콘돔박스를 압수했다. 가게 매상장부에는 전날 매출액이 적혀 있었는데 무려 2500만 원에 달했다. 복도에 있는 CCTV의 경우 이미 누군가가 내용물을 없애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도 음란한 행위가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고 한다.
한편 손님을 가장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풀살롱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강남의 안마나 풀살롱 등에 올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 지금 업주들 사이에서 사복경찰 400여 명이 깔려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며 “강남, 역삼 유흥업소는 웬만하면 다니지 말고 조용해지면 다시 연락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사건의 불똥이 우리에게 튀었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경찰 관계자 역시 “강남경찰서에서는 이번 단속 기간을 통해 강남 지역에 집중돼있는 풀살롱과 같은 불법 성매매 업소를 뿌리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단속이 이어지면서 유흥업소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알아서 기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 최근 강남의 한 유흥업소를 이용했다는 어느 회사원은 “보통 아가씨들이 먼저 ‘2차 가자’고 조르는 편인데 요새는 ‘2차’라는 말도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업소 사장이 성매매를 위해 설치했던 침실로 가는 통로를 아예 막아 놓고 ‘더이상 성매매는 할 수 없다’며 손님들에게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