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화류계 인생’으로 흘러드는 출발지로 불리기도 한다. 독버섯처럼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뿌리가 잘 뽑히지 않는 티켓다방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티켓다방의 특징 중 하나는 서울 중심부가 아닌 외곽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과 달리 특별한 유흥가가 없는 지역에서 티켓다방의 존재는 남성들에겐 ‘사막의 오아시스’인 셈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지방 대학생들의 경우 딱히 성적 욕구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티켓다방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해당 지역에 사는 노동자, 샐러리맨들도 마찬가지다. 티켓다방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적지 않은 미성년자들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다방의 경우 유흥업소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 고용이 가능하다.
비록 미성년자들이라도 커피 배달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문제는 배달만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알다시피 배달을 나간 아가씨와 손님 사이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 그러나 다방은 형식적으로는 이 부분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걸로 돼 있다. 이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업소가 타격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심지어 아가씨와 작성하는 형식적인 계약서에는 ‘근무 시간에는 손님과 외출·외박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버젓이 써넣는다.아가씨들이 성매매를 하다 적발될 경우 업주들은 “손님과 아가씨 둘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 나는 모른다”고 딱 잡아뗀다.현재 전국에서 다방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하는 곳은 5만여 곳이나 된다.
한 업소당 평균 5명만 잡아도 25만 명의 아가씨들이 다방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 중에서 20%만 성매매를 한다고 해도 무려 5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티켓다방에서 성을 사고판다는 계산이 나온다.특히 시흥시 정왕동 일대는 한마디로 ‘티켓다방의 온상’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많은 업소들이 들어서 있다. 30여 업소가 몰려 있는 곳도 있으며, 전체 숫자는 어림잡아 1000여 곳이다.
한마디로 ‘경악할 수치’다. 이 일대는 공장 노동자들과 인근에 있는 젊은 샐러리맨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 장의 티켓다방 전단지가 뿌려지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곳 일대에서 일하는 여성의 60% 이상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이다. 이곳을 단속했던 경찰마저도 “더 이상 여력이 없어서 수사를 못 하겠다”고 한탄한 바 있다.최근에는 티켓다방이 보도방과 결합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되기 시작하자 아예 영업 시스템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다방은 전화 받을 공간과 커피를 탈 수 있는 공간만 만들어 놓고 업주들은 홍보 전단지를 뿌리는 데 혈안이 된다.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곧바로 보도방과 연결, 커피와 아가씨를 배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방의 경우 단속에 걸릴 이유가 없어지고 보도방은 신속하게 차량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추적망을 쉽게 따돌릴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주와 보도방 모두가 ‘윈윈하는 게임’이 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하지만 티켓다방의 끈질긴 생명력은 무엇보다도 폐업과 개업이 너무도 간단하다는 데 있다. 미성년자를 고용해 영업하다 단속에 걸려도 처벌은 단 몇 개월간의 영업정지가 고작이고, 특별한 시설도 필요치 않아 다른 곳에 옮겨가서 개업하면 이마저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룸살롱이나 안마 시술소 등은 시설과 인테리어 비용만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티켓다방은 전혀 다르다. 뜨거운 물과 커피, 그리고 전화 한 대만 있으면 얼마든지 영업을 할 수 있다. 특히 행정적으로 구청이나 시청에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업주들은 한 달에 얼마나 벌까. 업소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다섯 명의 아가씨를 거느리고 있는 업주라면 관련 경비를 다 제하고도 2000만 원 이상은 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그러나 아가씨의 경우는 다르다. 월 500만~1000만 원을 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그녀들은 초기에 선불금을 받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높은 이자를 떼일 뿐만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 벌금까지 물다보니 손에 쥐는 수입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결국 한 달 내내 일을 하지만 업주들의
배만 불린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뿐만 아니라 아가씨들은 이곳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업주들이 연대보증으로 함께 일하는 아가씨들을 묶어 놨기 때문이다.
한 아가씨가 힘들어 ‘탈출’이라도 하면 그녀의 빚은 모두 남은 아가씨가 갚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가씨들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된다. 업주들 입장에서는 매우 훌륭한 ‘쇠사슬’로 아가씨들을 묶어놓은 셈이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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