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의원이 거주하는 의정부의 단독주택. 임준선 기자 | ||
문 의원은 현재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72의 16번지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대지는 3백41.1㎡(1백3평)이며, 연건평 2백93.72㎡(89평)인 2층 주택이다. 그런데 이 주택은 문 의원의 지인으로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홍재구 용인문화원장(62)의 소유로 등록돼 있다. 그렇다면 문 의원은 어떤 사연이 있기에 ‘남의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돈 한 푼 내지 않고 ‘공짜로’.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이 주택은 지난 73년 문 의원의 부친이 매입했다가, 지난 92년 12월 문 의원과 모친, 동생 등 가족 3명에게 분할 상속했다. 그런데 문 의원의 동생이 경영하던 출판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지난 95년 채권자들에게 지분 전부가 가압류되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됐다. 그리고 지난 99년 8월 임의경매로 홍재구 용인문화원장이 낙찰받았다. 법적으로 집 주인이 바뀐 셈이다.
그럼에도 문 의원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이 주택에서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제17대 국회의원 재산공개 목록’에서 ‘99년 8월5일 임의경매 이후 경락인으로부터 사용대차’라고 신고했다.
사용대차(使用貸借)는 대주(빌려주는 사람)가 차주(빌리는 사람)에게 어떤 목적물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차주는 해당 목적물을 반환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다시 말해 소유자인 홍 원장이 문 의원에게 무상으로 사용토록 했다는 얘기다.
문 의원은 이와 관련해 “내가 집에서 쫓겨나게 되자 홍 원장과 다른 지인들이 십시일반해서 이 집을 낙찰받았다. 그리고 내가 이 집을 다시 매입할 수 있을 때까지 그냥 살라고 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며 “사용대차와 관련해 구두상으로만 계약했을 뿐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문 의원과 홍 원장은 어떤 관계일까. 두 사람의 친분이 얼마나 두텁기에 공짜로 주택을 인도하고, 인도받아 거기서 살고 있는 것일까.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의원은 지난 83년 제14대 경기지구 청년회의소(JC) 회장을 역임했다. 84년 한국 JC 상임부회장을 거쳐, 85년엔 제34대 한국JC중앙회 회장을 맡았다. 그런데 홍 원장은 82년에 용인JC 회장을 맡으면서, 문 의원과 친분을 쌓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이 지난 97년 대선 직전엔 JC 역대 회장단 모임으로 알려진 ‘팍스코리아나21’을 조직,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팍스코리아나21’은 그동안 외부 인사들의 초청 강연회와 포럼을 여러 차례 개최했다. 홍 원장도 지난 99년부터 이 모임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문 의원과 홍 원장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이력이다.
홍 원장은 ‘문 의원과의 관계’를 “각별한 사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예전에 우리가 JC 활동을 할 때만 해도 내 것 네 것 없이 살던 사이였다”며 “(문 의원이 사는 주택은) 내 재산이기 때문에 내가 재산세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문 의원은 돈 한 푼 내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게 홍 원장의 설명.
그런데 문제는 이 주택이 경매 처분됐던 사실을 문 의원이 재산신고하지 않았다는 것. 재산신고 누락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주택은 지난 99년 8월 임의경매로 홍 원장이 낙찰받았다. 문 의원의 소유가 아닌 셈이다.
그런데 문 의원은 이번 17대 국회의원 재산신고를 하면서 이 주택을 자신의 재산 목록으로 신고했다. 문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총선 당시 정적(政敵)인지 누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문 의원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재산신고하지 않았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그래서 평소 아는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나처럼 무상으로 살고 있는 경우에는 ‘사용대차’라고 해서 이번에 그렇게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99년 경매 이후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는 의혹만은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