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 씨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하고 불과 5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 2003년 11월 주가를 조작하고 가장납입 등의 방법으로 ‘유령주’를 발행한 혐의로 구속됐던 것. 김 씨는 당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김 씨가 구속되면서 그가 운영한 ‘모디아’는 2004년에 상장 폐지됐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김 씨가 실형을 살고 출소한 것은 2006년 4월. 재기를 모색하던 김 씨는 출소한 지 한 달여 만인 그해 5월 당시 지인의 소개로 린다 김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린다 김은 소장에서 당시 김 씨가 자신에게 “KSP라는 업체를 인수하려고 하는데 자금이 부족하다”며 “돈을 빌려주면 인수 후에 충분히 보답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때까지만 해도 KSP는 선박용 엔진밸브를 만드는 회사로 매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30% 이상 되는 유망한 중견기업이었다. 린다 김은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라 김 씨가 돈을 날릴 염려는 없겠다고 판단하고 김 씨에게 미화 140만 달러를 빌려줬다고 한다. 그리고 2007년 5월경 “인수자금이 부족하다”는 김 씨에게 또 한 차례 130만 달러를 빌려줬다고 한다.
김 씨는 2007년 10월경 본격적으로 KSP 지분인수에 나섰는데,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청람디지탈(지난 2008년 초 상장폐지)을 내세워 또 다른 투자전문회사들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예상대로 김 씨는 KSP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얼마 안가 회사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하게 됐다. 알고보니 그 원인도 김 씨한테 있었다. 김 씨가 회사 운영자금을 빼돌리고 법인 명의로 대출받는 수법 등으로 회사 돈 260억 원을 유용하고 회사어음과 당좌수표를 마구 발행했던 것.
김 씨가 당시 KSP에서 유용, 횡령한 금액은 총 85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SP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1만 2000원대에서 맴돌던 주가는 4000원대로 폭락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린다 김 역시 김 씨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게 됐던 것.그런데 린다 김을 결정적으로 화나게 한 건 김 씨가 건넨 어음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008년 9월 린다 김에게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며 40억여 원짜리 어음을 준 적이 있는데 이것이 위조어음이었다는 것.
아무것도 모른 채 은행에 가서 이 어음을 제시했다가 망신을 당한 린다 김은 경찰에 김 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과정에서 김 씨는 도피했고 린다 김은 결국 검찰에 김 씨를 고소했던 것이다.한편 김 씨에게 당한 피해자는 린다 김과 KSP 외에도 또 있었다. 기업사냥꾼들이 김 씨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청호전자통신(청호전자)의 경영권을 인수했는데 이 회사 역시 그들의 손에 넘어간 이후 경영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한다.
청호전자 노조의 황윤정 지회장은 “김 씨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 부도상태에 있는 다른 기업주식을 2배나 비싸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리고, 사채시장에서도 가장납입을 하고 빠지는 방식 등으로 주가조작까지 했다”며 “김 씨가 회사 사정을 심각하게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청호전자 노조 측에서는 김 씨를 고소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장환 기자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