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 교수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촛불 집회. | ||
지난 4월 3일 A 대학교 예술대 조각학과 학생들 65명은 부산지방검찰청에 공동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K 교수가 학생들에게 상습적인 성희롱 행각을 벌였고 절도, 폭행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있으니 이를 조사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A 대학교 학생들은 문제를 학내에서 조용히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에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학교 측에서 어쩐 일인지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아 할 수 없이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고 한다.
취재결과 K 교수와 관련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중 대표적인 문제는 성희롱. 이 학교 학생 B 군은 “K 교수의 성희롱 문제는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돼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B 군에 따르면 K 교수의 성희롱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몇 해 전 학생들과 학교 수업차 갔던 해외여행 때였다고 한다. 당시 K 교수와 학생들은 함께 수영장에 간 적이 있는데, K 교수가 그곳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학생들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다 학생들에게 발각됐다고 한다.
당시 사진에 찍힌 학생들이 “성희롱이다”라며 사진 삭제를 요구했고, K 교수도 현장에서 사진을 지웠지만 그날의 소동은 귀국해서도 한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문제시됐다고 한다.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 뒤로도 K 교수의 성희롱이 계속돼 왔다는 것이 같은 학과 학생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 학과 재학생인 C 양은 “K 교수는 학교 수업 시간에도 성적인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C 양은 K 교수의 성희롱 사례를 들려줬다. 남친과 헤어진 한 여학생이 같은 학과의 또 다른 남학생과 애인관계로 발전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전해들은 K 교수는 수업시간에 “(성적인 부분에서)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전에 사귀었던 남학생에게 “잠은 몇 번이나 자봤냐”고 묻는 등 상식 밖의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는 해당 여학생도 있었기 때문에 교수의 발언은 ‘인격테러’나 마찬가지였다고 C 양은 증언했다.학생들이 제기한 K 교수의 문제는 비단 성희롱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학생에 따르면 K 교수는 2008년 말경 조각과 남학생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C 군은 “지난해 가을 축제 당시 주점에서 술을 먹다가 같은 학과 학생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수차례 폭행한 적이 있다”며 “충분히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C 군은 “K 교수가 학생들의 작품을 자기 멋대로 가져간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여름학기가 끝날 무렵 로비에 전시해놨던 학생 작품 2점을 K 교수가 임의로 편취해 갔다가 학생들에게 적발된 적이 있다는 것.당시 K 교수는 한 석조작품을 보고는 그것을 만든 학생에게 “잘 만들었다”며 “내 방에 미술계 인사들이 자주 오니 작품을 내 방에 가져다 놓으면 좋은 가격에 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학생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만든 것이어서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데 전시회 철수 과정에서 보니 이 작품이 없어졌다는 것. K 교수를 의심한 학생이 확인해 보니 그 작품은 K 교수의 방에 버젓이 전시돼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전시회에서 잃어버린 줄로 알았던 또 다른 학생의 작품도 K 교수의 방에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K 교수에게 작품을 돌려달라고 말했지만 K 교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들이 작품을 돌려받은 것은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올 2월 초. 그것도 학생들이 집단으로 이 학교 교무처에 K 교수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고 나서 이뤄진 조치라고 한다. 이 외에도 학생들은 K 교수가 주말에 보충수업을 한다고 학생들을 불러놓고는 실제 수업은 10여 분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데 학생들을 이용했으며, 보수를 주기로 약속하고 부른 학생들에게도 보수는커녕 밥값조차 쥐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같은 K 교수의 행태에 대해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학교 교무처장과 학과장에게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측은 무려 넉 달이나 지나는 동안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A 대학교 교무처 측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진정서를 받고 나서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일 뿐 결코 묵과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 4월 8일경 징계위원회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K 교수의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소장을 제출한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학생들은 “지난 2월 초부터 서너 차례에 걸쳐 교무처, 학과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학교 측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촛불집회까지 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가 검찰에 진정서가 접수됐다는 것을 통보받은 이후에야 징계위원회를 꾸렸다”고 반박했다.
현재는 학생들의 반발이 점차 학내 전체로 번지고 있는 상황. A 대학교의 다른 학과 학생들마저도 “자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달라고 수차례에 걸쳐 요구했음에도 학교 측은 묵살했다”고 질타하며 가세하고 있고, 일부에선 시위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의혹의 당사자인 K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일부 (학교와 관련) 이권을 가진 졸업동문들이 벌이는 일이다”며 “학생들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기자가 자세한 해명을 요구하자 그는 “이미 내부 감찰이 진행 중이다.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 하나하나에 대해선 일일이 답변하고 싶지 않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