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여성들만 골라 어깨를 부딪치는 ‘어깨깡패’가 검거됐다. 왼쪽부터 남성들이 오자 벽에 붙어 피해주는 모습, 여성 어깨를 부딪치는 모습, 여성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
일명 ‘어깨깡패’라 불리는 문제의 남성은 거리를 지나는 여성들만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혼자 걷거나 어린 여성 2~3명이 자신의 곁을 지나가면 일부러 어깨를 세게 부딪친 뒤 놀라 쳐다보거나 “뭐하는 거냐”고 따지면 심한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식으로 ‘어깨깡패’는 1㎞ 남짓한 길을 걸으며 전혀 모르는 여성을 상대로 몸을 부딪치고 욕을 해댔다.
이 남성의 만행은 지난달 26일 범행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이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영상 속 남성은 작은 체구에 정장을 차려입은 멀쩡한 모습이지만 마주 오는 여성들을 향해 다가가 어깨를 부딪치고 “야, 똑바로 해야 할 것 아냐. 어린 XX가” “XXX야, 똑바로 다녀. 예의가 없어”라며 막말을 쏟아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범행은 계속 됐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는데다 버스와 차량들까지 잔뜩 대기하고 선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이 남성은 고의적으로 한 여성의 어깨에 충격을 가한다. 무방비상태에서 공격을 당한 여성은 놀라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오히려 주변사람들이 놀라 쳐다보지만 이 남성은 계속해서 욕을 멈추지 않는다.
그 뒤에 이어지는 장면은 더 황당하다. 좁은 골목길을 새로운 범행 장소로 삼은 이 남성은 맞은편에서 건장한 남성 2명이 다가오자 죄라도 지은 것처럼 한쪽 벽에 딱 달라붙어 길을 터준다. 남자친구와 함께 걷고 있는 여성들도 절대 부딪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뒤 여성 2명만 함께 걸어오자 벽에서 떨어져 의도적으로 부딪친 뒤 또다시 욕을 섞어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모습을 담은 영상은 인터넷에 공개되자마자 빠르게 확산됐다. “나도 저 사람을 봤다” “길거리에서 뻔뻔하게 저러고 다니는데 왜 못 잡느냐” “나중엔 흉기까지 들고 나타날까봐 무섭다” 등 논란이 계속됐다. 그러자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즉시 전담팀을 구성해 이 남성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논란이 된 영상을 바탕으로 신원파악을 마친 경찰은 지난 12일 오후 용인시에서 제약회사 직원인 김 아무개 씨(40)를 붙잡아 길에서 여성들에게만 일부러 어깨로 몸을 부딪치고 욕설을 한 혐의(폭행 등)로 불구속 입건했다. 영상으로 확인된 피해여성만도 6명이었는데 그의 범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유흥주점까지 찾아가 “노래 불러주는 사람 없느냐”면서 욕설을 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김 씨는 경찰에 “업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했다. 이제는 길거리도 마음대로 걸어다니지 못하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