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사업은 갈등만 일으킬 뿐….”
“수익사업이 없다면 조직은 어떻게 관리하나.”
월남전참전자회 회장 선거가 일찍 달아오른 가장 큰 이유는 수익사업 때문이다. 국회와 정부는 오는 연말까지 법정 보훈단체 중 지금껏 수익사업이 허용되지 않은 9개 단체들에 대해서도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국가유공자단체법 일부개정안과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의 참전유공자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월남전참전자회가 내년 새 회장 선거와 맞물려 수익사업 시행 여부를 두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회원들이 참전자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두 개정안의 차이는 월남전참전자회가 수의계약(경쟁이 아닌 임의로 적당한 상대자를 선정하여 체결하는 계약) 사업 가능 여부 정도뿐이다. 민 의원 법안은 가능하고 유 의원 법안은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 어떤 안으로든 통과된다면 수익사업은 할 수 있다. 따라서 내년 선거를 통해 당선된 새 회장은 월남전참전자회 최초로 수익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익사업이 모든 월남전참전자회 구성원들의 염원은 아니다. 오히려 수익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측도 만만찮다. 월남전참전자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윤창호 개혁위원회 위원장의 입장이 그렇다.
윤 위원장은 “수익사업을 하면 당장은 좋을 것 같지만 일반 회원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가 드물다. 수익사업은 중앙회 몇 명의 배만 불려주는 일이다. 때문에 선거에서 수익사업을 명분으로 표를 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우들을 기망하는 행위”라며 “수익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보훈단체에서도 수익사업 때문에 갈등만 깊어졌다. 월남전참전자회도 다른 단체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수익사업을 찬성하는 쪽은 조직관리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월남전참전자회의 한 현직 지부장은 “조직관리를 하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돈이 없이 어떻게 조직이 굴러가겠느냐”고 반문하며 “지금까지는 사비를 지출하면서 운영한 적이 많아 어려운 점이 있었다. 수익사업으로 발생한 수익으로 조직을 안정화시킬 수 있고 어려운 전우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용락 현 회장도 수익사업을 꼭 해야 한다는 쪽이다. 우 회장은 “수익사업을 해서 불우한 전우를 돕고 월남전참전자회 기념사업이나 자체 행사를 할 때, 국제 교류 등에 비용을 쓸 예정이기 때문에 수익사업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창호 위원장은 “월남전참전자회가 공법단체(법에 의해 설립된 단체)로 국가 예산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한 해 23억 원씩 지원받는 돈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5월 월남전참전자회 중앙회가 내놓은 예산 자료에 따르면 중앙회는 2014년 보훈처로부터 지원금으로 약 22억 6137만 원을 받았다. 또한 찬조, 협조, 기부 등으로 약 1억 7818만 원을 받았다. 중앙회는 이 돈을 인건비, 사무비, 임차료, 행사활동비 등으로 사용했다.
지난 2011년 현충일 행사에서 월남전참전자회 회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이명박 전 대통령.
게다가 익명을 요구한 월남전참전자회 전직 간부는 “수익사업을 해도 정부 정책 기조상 정부 수의계약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 수의계약이 안 된다면 어차피 수익사업을 추진해도 수익이 발생할 것이 거의 없다. 설혹 수의계약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더라도 (환경상) 사업을 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수의계약 시장은 한정돼 있고, 기존 수의계약을 맺고 있는 상이군경회, 고엽제전우회 등의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을 넘을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이에 우 회장은 “상이 단체만 할 수 있다고 법으로 돼 있지만 상이 단체가 아님에도 수의계약 사업을 하는 곳이 있다. 월남전참전자회는 고엽제 피해 등 상이 회원 수가 전체 단체 중 세 번째로 많다. 우리가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수의계약이 가능해진다면 기존 단체들이 수십 개씩 가지고 있는 품목 중 몇 가지만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다만 기존 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수의계약은 하면 좋고 수익사업만 할 수 있게 되더라도 만족한다”고 다시 반박했다.
우용락 회장의 차기 회장 후보 자격시비도 일고 있다. 우 회장은 출마한다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윤창호 위원장은 우 회장이 선거에 나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윤 위원장은 “우 회장이 지난 2011년 3월 24일 정기총회에서 회장에 당선돼 취임하고 임기 중에 사임했다. 그 후 회장 보궐선거에 다시 출마해 두 번째 취임을 했기 때문에 정관 제14조 3항에 의거해 중임을 한 것으로 봐서 다시 출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윤 위원장처럼 우 회장의 출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여 보훈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보훈처가 우 회장이 중임인지 아닌지 결정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지난 11월 13일 보훈처는 월남전참전자회에 유권해석 결과를 통보했다. 월남전참전자회 한 간부는 “보훈처가 보내온 답변은 우 회장의 중임 여부는 중앙회 자체적으로 결정하되 만약 중앙회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유권해석을 의뢰할 경우 그때는 결정하겠다는 내용”이라고 귀띔했다.
우 회장은 “자격시비는 근거가 없다”고 맞섰다. 회장 출마 여부에 대해선 “지금은 일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차기 회장 출마 의사를 말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보훈처 관계자는 “중임 여부를 판단해서 결정하더라도 그것은 권고사항이지 강제사항은 아니다. 월남전참전자회에서 선거인단을 별도 구성하면 그 선거인단이 정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다시 한 번 다른 통로로 유권 해석을 받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