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도발 위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평도 해상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해군 고속정. 사진공동취재단 | ||
북한의 위협이 심상치 않자 우리 군 당국의 대응도 부산해졌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 움직임을 체크하는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강화했다. 이에 따라 오산기지에 배치돼 있는 U-2 고공전략정찰기와 RC-135, RF-4 정찰기는 출격 횟수를 두 배로 늘리는 방식으로 대북 감시활동을 강화했다.
▲ 백령도 해병 6여단 장병들. 사진공동취재단 | ||
현재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시 대응타격을 통해 완전히 궤멸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하루 뒤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타격할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 전진배치 해놓은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 장사정포를 이용해 남측에 선제공격을 가할 경우가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정권이 50~60㎞에 이르러 경기 북부와 서울 강북지역에 떨어질 경우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하벙커에 설치된 장사정포가 지상으로 올라와 포격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한·미 측의 정밀타격 무기가 이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공군이 보유한 정밀무기는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북한의 전쟁지휘부와 공항·철도·항만·군수공장 등을 전쟁 초기에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첨단 무기체계다. 한·미 정보당국이 파악해 놓은 북한 내 타격대상은 150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공군은 지난해 10월 군산 직도사격장에서 정밀타격무기를 비롯한 항공무기의 시험사격 훈련을 한 바 있다.
▲ 정밀무기 슬램-ER. 사진공동취재단 | ||
북한의 도발이 서해 NLL 인근에서 우리 해군함정에 포격을 가하거나 해주 일대의 장사정포로 위협하는 식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 연평해전을 치른 바 있다. 모두 꽃게잡이철인 6월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군 당국은 대비태세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도발 시나리오 중 최악의 경우는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다. 국방부에 따르면 20㏏급의 핵무기가 터지면 반경 4㎞ 이내는 매우 심각한 피해가 벌어진다. 현실화해서는 결코 안 되겠지만 만일 서울시청 부근에 핵무기가 떨어진다면 북동쪽으로는 대학로, 서쪽으로는 신촌·이화여대, 남쪽으론 서울역을 지나 용산역과 용산 미군기지 일부까지, 북서쪽으로는 무악재를 넘어 홍제동 일부가 이 반경에 포함된다. 반경 500m 이내에는 사람이건 건물이건 사실상 모두 사라져 버리는 ‘화구’(fire ball)가 형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거나 전면적인 도발을 하는 상황은 실제 벌어지기 쉽지 않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가간판을 내려야 하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8월 이후 김정일 위원장은 건강이상으로 통치에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후계구도 마련 등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여기에 북한 권력의 핵심에는 강경파 군부의 입김이 더욱 거세진 형국이다. 4월 로켓 발사에 이어 불과 한 달여 만에 핵실험까지 가는 강행군을 하게 된 배경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다급해진 입장에 군부의 거친 목소리가 합세한 정황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지만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태도는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제 중국과 러시아도 마냥 북한 감싸기에만 매달리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렇게 사뭇 달라진 국제정세 속에서 다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북한 군부와 김정일 위원장의 선택을 한반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이영종 중앙일보 기자 yj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