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못미… 5월 1일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 모습. 임영무 기자·사진공동취재 | ||
지난 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열기는 남녀노소는 물론 이념을 넘어서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적어도 이 순간까지는 정치권도 정쟁을 멈추고 하나같이 숙연한 마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세워진 분향소는 물론 인터넷 상에서도 추모 물결이 봇물을 이뤘다. 분향소에는 이제 막 한글을 배우 아이들의 삐뚤삐뚤한 글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들 및 학생들의 글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글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일요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국민들의 ‘마지막 인사’를 정리해 보았다.
참여정부 시절 한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부동산 정책 등 참여정부의 여러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인터넷 상에서 퍼진 말이었다. 지금 다시 이 문구가 거리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전과는 달리 다른 수식어가 붙었다. “행복했습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입니다”라는 추모의 말로 변한 것이다.
기발한 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추모객도 있었다. ‘나 좀 치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로 “머리가 텅 빈 것 같아요-신경외과, 눈물이 계속 나와요-안과, 목이 메어 숨을 쉴 수가 없어요-이비인후과, 가슴이 메어져 답답해요-외과, 많은 조문객을 보면 미소가 나요-정신과, 난 요것으로 괴로운데 바보 ‘노통’은 천배 만배 힘들었어도 주변분 걱정하셨네요”라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 지난 29일 자정 대한문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는 풍등을 날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 ||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사랑해요. 할아버지께 달려갈게요. 봉하마을로.”
“노무현 할아버지가 다시 되돌아 왔으면 좋겠어요.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보고싶어요.”
실로 많은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것을 마음 아파하며 자신의 마음을 글로 적었다.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비는 글이 대부분을 이루었으며 서민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게 될 것이라는 바람과 고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글이 많았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당신의 깊은 뜻 우리가 지켜내겠습니다.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길 바랍니다.”
“행복하셨던 얼굴, 환하게 웃으시는 얼굴, 자전거 타시는 모습 모두 우리 서민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당신은 바로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평안히 쉬세요. 사랑합니다.”
“아직도 당신의 미소가 아른거립니다. 당신처럼 살겠습니다. 당신의 국민이었던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이 계셔서 행복했습니다. 당신 때문에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부디 평안하세요.”
“님은 가셨지만 민주주의마저 함께 보낼 수는 없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평생 빚진 마음으로 고마워하며 살겠습니다.”
“모두가 살인자고 죄인입니다. 죄송하고 사랑합니다.”
“노 대통령님 그곳에서는 어떤 고민도 없이 잘 지내실 거예요. 지지한다고 말만 하고 어느 것 하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죄송합니다.”
▲ 서거를 슬퍼하는 국민들. 임영무 기자·사진공동취재 | ||
“우리 아이들에게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신 분. 사랑합니다.”
“살아도 살아도 산 목숨 아닌 놈이 있는가 하면 죽어도 고인이어도 영원한 ‘산 자’가 있다.”
“노무현은 죽었다. 국민도 죽었다.”
“폭군은 죽으면 통치가 끝나지만 순교자는 죽으면 통치가 시작된다.”
“님은 떠났지만 민주주의 불꽃은 다시 피어날 것이다”
“노간지 당신을 영원히 기억합니다.”
“부디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함께 할 수 없음이 애통하고 애통합니다. 나중에… 나중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 때문에 살 만했습니다. 이리 허망하게 가실 줄 알았다면 제 노력 좀 더 보여 드렸을 텐데…. 미안해요.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미안해요.”
“당신의 국민이었던 때가 행복했습니다. 다음 세상에서도 당신의 국민이고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당신이 성자처럼 살아가신 것을. 다시 들어보니 당신의 말씀… 다 가슴에 사무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큰 뜻을 따르지 못하고 작은 차이로 비판하였던 말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나의 영원한 대통령으로 가슴에 언제나 간직하겠습니다.”
분향소에는 이런 추모의 글 말고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만들었던 현 정권을 비판하는 글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며 애도하는 내용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마지막 가는 길까지 함께 슬퍼하며 지켜준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