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여성 K 씨의 삶은 연애 시작 후 크게 달라졌다. 그녀의 머릿속엔 항상 ‘오늘은 애인하고 뭘 할까’란 생각뿐이다. 애인과 약속이 없는 날, 모처럼 친구가 전화를 걸어 저녁식사나 같이 하자고 해도 “선약이 있다”며 거절하기 십상이다. 애인하고 딱히 약속을 정해놓은 날이 아니더라도 일단 시간을 비워놓은 다음 애인이 시간을 낼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연애하기 전에 자주 만나던 여고 동창들과도 애인 등장 이후 ‘1년에 몇 번 만날까 말까’한 사이가 돼 버렸다.
K 씨의 생활엔 이제 애인 외에 다른 것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백화점엘 가면 남성 용품만 눈에 보이고, 좋은 게 있으면 애인한테 해주고 싶어 안달이다. 애인 생일에는 큰맘 먹고 100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수트를 선물했다. 멋진 스타일의 그가 자신이 선물한 옷을 입고 나오면 뭇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그녀에게 애인은 자신의 존재 그 자체다. 그녀에게 질투의 시선을 보내거나 핀잔을 주곤 했던 친구들이 이젠 그녀를 향해 ‘애인집착증’이란 진단을 내린다. 친구들은 “그와 헤어지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며 그녀에게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 그녀의 사랑이 부담스러운 그 남자
K 씨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애인은 행복할까. 그녀의 애인 L 씨. 오늘은 회사 회식이 있는데, 그녀는 며칠 전 자신이 한 얘기를 잊었는지 영화를 보러가자고 조른다. 결국 별 수 없이 전화를 끊은 그녀의 실망 가득한 목소리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애인은 연애를 시작한 후부터 자신의 인간관계는 다 끊어졌다고 하소연하지만, 그의 사정 또한 마찬가지다. 사사건건 자신의 스케줄을 간섭하는 그녀 앞에 두 손을 든 지 이미 오래다.
애인의 문제는 그에게 자신처럼 헌신하기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연애 스타일이 다르고 사랑하는 방식도 다르건만, 그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 그가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무척 서운해 한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하는데, 내게 이럴 수 있느냐”는 식이다. 그녀는 자신이 희생한다고 하지만, 그 역시 그녀의 마음이 상할까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녀의 과도한 애정표현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 | ||
♥ 진정한 사랑은 그냥 놓아주는 것
친구들이 ‘애인집착증’이라고 진단을 내린 K 씨의 사랑법으로는 그녀 자신도, 그 사랑의 대상인 애인도 행복해질 수 없다. ‘주면 받고 싶고 받으면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K 씨에게 사랑은 “올인하는 것”이라지만, 이것은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잘해주는 것’이다. 뭐든 아낌없이 줘야 하고,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야 하고,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비싼 물건을 사줄 수 있는 것 등등. 이를 과연 진정한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랑하려거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노력해야 한다. 상대에게 완벽한 사랑을 주려고 자신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두 사람이 함께해서 완전한 하나를 만들어 가는 것, 내 방식을 상대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서로의 방식을 인정하는 것, 구속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때로는 그냥 놓아주는 것. 사랑하면 이런 마음을 갖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