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공중파 방송사들. 한 방송사는 지난해에 비해 광고 매출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구조조정이나 경비절감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이미 입은 ‘내상’이 너무 크다. 신문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메이저 신문사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들은 올 1분기 광고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특히 현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신문사들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내부에 팽배해 있다.
이 와중에서도 일부 메이저 언론사는 정부나 공기업 혹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오는 ‘홍보물’ 등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 보수 언론사는 정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사업권을 따냈으며 모 방송사는 인천시에서 주최하는 세계도시축전의 광고대행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동아일보사가 조만간 개통될 도시철도 9호선의 광고대행권을 따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이하 메트로) 관계자 등에 따르면 도시 철도 9호선의 광고대행권은 동아일보사가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메트로 측은 “지난 4월 몇몇 광고대행업체들로부터 조만간 개통될 도시 철도 9호선의 광고대행권 입찰과 관련한 제안서를 받아 평가한 결과 동아일보사와 광고대행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광고업계에서는 동아일보사의 광고대행권 체결을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동안 정부 지분이 많은 모 언론사에서 버스 광고 대행 사업을 한 적은 있었지만 민간 언론사가 지하철 광고 대행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사 측은 9호선 광고 사업의 안착을 위해 광고국 내에 별도의 팀을 구성했으며, 옥외광고 업계 경력자를 충원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메트로 9호선은 지난 10월 사업대행권 선정을 위한 지명입찰을 11개 광고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지명입찰이란 공사나 사업을 발주하는 측에서 관련 업체에 대한 사전 평가를 통해 부정이 예상되는 업체나 입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를 미리 가려내 입찰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한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미리 지명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한다. 그러나 지명입찰은 발주하는 회사와 업체 간에 사전 담합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당시 메트로에서 실시한 지명입찰은 업체들의 저조한 참여로 인해 사업자 선정에 실패했다.
1차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메트로 측이 제시한 가격과 우리가 생각했던 가격의 갭이 너무 커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다른 대부분의 업체들도 비슷한 이유로 입찰에 불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있었던 2차 입찰에서도 메트로는 대형 광고기획업체 H 사와 J 사 그리고 동아일보사를 지명해 입찰을 실시했으나 동아일보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이 진행돼 진행상황을 우리도 잘 몰랐다”며 “동아일보사와 최종 계약한 것도 메트로 측이 아닌 주변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메트로와 동아일보사는 계약기간 5년의 광고대행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하철역 광고는 광고효과가 좋은 역과 좋지 않은 역에 따라 광고 금액이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1년에 역 하나당 20억 원가량의 광고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광고 대행업자는 통상 광고주와 사업자 사이에서 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전체 광고액의 20%을 받는다. 조만간 개통될 9호선에는 총 25개의 역이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광고주들이 지하철 내부나 옥외 광고 규격에 맞게 광고물을 다 만들어 오기 때문에 대행업자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다른 노선과 비슷한 실적을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동아일보사는 이 사업을 통해 해마다 100억 이상의 짭짤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를 두고 업계 내부에서는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언론사가 지하철 광고대행업까지 하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언론환경이 점점 나빠지는 상황에서 언론사가 자구책을 찾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