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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의 나이가 어려 원만하게 권력을 넘겨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순환기계통의 이상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큰 관건이다. 충분히 후계수업을 받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때까지 김정운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 모르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는 그리 좋은 편이 못 된다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자칫 상황에 따라 김정운으로의 권력승계 구도가 꼬이거나 불발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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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세 때 김정운. | ||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정보관계자는 “김평일이 최근 중국 베이징 등에 나타나 한미 정보당국이 그 배경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평일 대사의 이런 행보는 특히 김정운 후계지명이 이뤄진 시점과 때를 같이 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김 대사가 북한의 친구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서방의 정보기관들도 김 대사의 동선을 주시하며 관련 첩보 수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김평일 대사는 김일성의 둘째부인인 김성애 전 여성동맹중앙위원장의 핏줄이다. 북한군 대좌 출신으로 1988년 헝가리 대사로 나간 뒤 불가리아, 핀란드를 거쳤다. 무엇보다 김정일 위원장이 군 복무 경험이 전무한 것에 비해 김 대사는 북한군 인민무력부에서 상당기간 복무했다. 이 때문에 군부 내에도 상당한 지지세력이 포진해 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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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평일 폴란드 대사(오른쪽)가 2007년 2월 나레예프시에서 열린 한 행사에 자식들과 함께 참석했다. | ||
이들의 생모인 김성애는 김정일 위원장이 완벽하게 권력을 거머쥔 1998년 북한 여성들을 대표하는 자리인 여성동맹위원장에서 해임됐다. 김성애는 1953년 김일성과 결혼한 후 2남 1녀를 두었다. 그녀는 김일성이 살아있던 19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공석에 등장했다.
하지만 김일성 사망 이후 상황은 확 바뀌었다. 김일성 장례식과 추모대회에 상복을 입고 참석했으나 이후 단 한번도 북한 언론에 행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생모 김정숙의 빈자리를 비서 출신인 김성애가 차고 들어온 점을 못마땅하게 여겨 어릴 적부터 불만을 키워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사실상 연금 상태에 가까운 은둔생활을 강요받고 공개활동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 탈북인사들 사이에서는 김평일 대사가 김일성으로부터 상당한 신임과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김일성이 “우리 집안에 장군감이 났다”면서 김 대사에 대한 각별한 기대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현재로서는 북한 권력과 멀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랜 은둔생활로 그의 면면이 제대로 드러난 적도 없다.
지난 2007년 2월 김 대사가 딸 은송과 아들 인강을 데리고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폴란드 나레예프시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것이 사진과 함께 공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김 대사는 당시 체육행사에 참석했고 한 무역회사에 들렀다.
김평일 대사가 북한 권력 변화와 관련 결정적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란 신중한 입장도 제기된다. 이미 20년 넘게 해외생활을 하며 떠돌다 보니 지지기반이나 연고가 없다는 것이다. 군부 내 자신의 지지세력도 이미 김정일 위원장에 의해 철저하게 와해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김정일 체제가 김정운으로 순조롭게 이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지난 6월 8일부터 11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보교류협의회에서 다뤄진 내용은 김정운 후계체제의 불안정성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매제(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최근 북한 국방위원에 앉힘으로써 군부 내 김정운 지지기반 확대를 꾀했다. 북한 정보·권력기관을 관장하는 장성택 부장과 여동생 김경희 부부에게 김정운에 대한 후견인 역할을 맡긴 것이다. 여기에는 ‘믿을 건 역시 핏줄뿐’이란 김 위원장의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처럼 다시 한번 뇌졸중 같은 병세를 겪게 될 경우 치명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나 급서로 인해 북한 내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김정운 후계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혼란 상황에서 김평일 카드가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평일 대사는 아버지 김일성이 사망한 지 두 달 되던 1994년 9월 당시 대사로 머물던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김정일이 정식절차를 밟아 국가주석직을 승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언론에 건강이상설이 나돌던 김 위원장에 대해서 “그의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정일 후계체제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가 과연 권력을 향한 마음을 모두 비워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상황에 따라 부자승계 구도가 여의치 않을 수 있고, 그럴 경우 비록 ‘곁가지’지만 김일성 혈통을 가진 김평일 대사가 북한 권력의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김성진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