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날 홍 의원이 한나라당을 향해 던진 ‘뼈 있는 소리’였다. 교단에 오른 홍 의원은 인사말부터 귀를 번쩍 열게 만들었다. “요즘 개도 안 찾는다는 한나라당 의원을 이런 자리에 서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것.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살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문을 뗀 홍 의원은 그로 인해 한나라당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면 자랑스러워야 하는데 요즘 ‘배지’가 자랑스럽지 않다”고 밝힌 뒤 “이 (배지를 붙이는) 자리가 비어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자랑스러워질 때 다시 붙이고 다니려고 요즘 (배지를) 떼고 다닌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정치입문 과정의 비화를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공천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개인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다는 것. 그는 “청와대에서 공천 준다고 불러서 잘나가던 CEO 생활 접었더니 소식이 없더라. 그러더니 선거 20일 전에 잘 알지도 못하는 ‘노원구’로 나가라고 하더라. 그게 (부탁을 한) 사람이 할 짓인가”라고 반문했다.
홍 의원은 또 한나라당 내 일명 ‘중립의원’이라는 부류에 대해서도 자조 섞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나는 한나라당에서 중립의원으로 꼽힌다. 말이 좋아 중립의원이지 사실은 ‘친박’ 쪽에서도 ‘친이’ 쪽에서도 따돌림 당해 중립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초선의원으로서 동료 의원들에 느낀 소감도 피력했다.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국회에서 싸우고 토론이 안 되는 이유는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때문에 그렇다. 그게 뭔 줄 아느냐”고 물은 홍 의원은 “바로 재선 때문”이라고 답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을 단순히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90%”라며 “그래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 조금이라도 재선에 유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국회에서 고성이 오가고 파행을 겪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쓴소리만 했던 것은 아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 세우신 이유가 있을 것…. 분명 합당한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며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뒤 “한나라당 의원들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너무 미워하지만 말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홍 의원은 이날 정치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우스갯소리 한토막도 들려주었다.
“교회에 ‘장로님’ 정치인 한 분이 있었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일요일에 행사가 많아서 교회에 나오기 힘든데, 이 장로만은 주말에 ‘골프모임’이 많아서 교회에 잘 안 나왔다.
어느 날 오랜만에 교회에 나온 장로를 발견한 목사님이 ‘신앙도 좋은 분이 요즘 왜 이렇게 교회에 안 나오느냐’고 물었다. 이에 장로는 ‘교회에 있으면 마음은 골프장에 가 있고, 골프장에 가면 마음이 교회에 가 있더라. 그래서 차라리 그럴 바엔 ‘마음’이 교회에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골프장에 가고 있다’고 답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