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으로 만난 남자와 5개월 정도 교제 중인 K 씨. 처음부터 별로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었고 만날수록 따뜻한 심성이 마음에 와 닿아서 그녀는 막연하게 ‘이 사람과 결혼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그를 향한 K 씨의 감정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의 머뭇거림 때문이다.
나란히 서 있어도 여자의 어깨 한 번 잡지 못하고 손을 잡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타이밍을 번번이 놓치는 그에 대해 K 씨는 ‘순수하고 연애경험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다른 열정적인 커플처럼 ‘감전되듯’ 전해지는 찌릿찌릿한 느낌을 주고받고 싶었는데 이 남자는 손도 제대로 잡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 이렇다 보니 그녀는 슬슬 그와의 연애가 지겨워지려 한다. 가끔씩 그가 보내오는 ‘밥 잘 챙겨먹으라’는 문자메시지도 이젠 약발이 다 떨어졌다. 그런 것보다는 “보고 싶다”는 말이 요즘에는 더 듣고 싶어진다.
♥ ‘적극녀’에 대한 남자의 복잡·미묘한 고민
30대 중반의 노총각 O 씨. 얼마 전 주변 소개로 한 여성을 만났는데, 첫 만남부터 이 여성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 자신을 바라보며 계속 웃던 그녀가 의아스러웠다. 첫 만남 후부터 여성은 자주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지금 뭐 하느냐’ ‘나 지금 점심 먹으러 왔다’ 등등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일상을 시시콜콜 전해주는 그녀의 적극성에 O 씨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녀가 싫은 건 아니지만 일일이 답장을 하기도 번거로운 데다 ‘여자가 너무 나선다’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적극적인 그녀가 이상한 건지, 그걸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자신이 이상한 건지…. 복잡·미묘한 고민이 O 씨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 진정성 있다면 ‘누가 먼저냐’가 무슨 문제냐
K 씨는 남자의 소심함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다가서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남자가 소심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자는 무조건 남자의 고백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이런 식의 틀에 박힌 연애습관은 이제 한강에 던져버려야 한다. 아직도 ‘남녀관계에서 남자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다. 또한 O 씨의 경우처럼 ‘여자가 너무 적극적이면 신비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남자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관계라면 누가 적극적이든 문제될 게 없다.
▲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 | ||
남녀관계에서 누가 리드하고, 누가 따라가는가는 미리부터 정해져 있지 않다. 성격이 적극적이면 먼저 고백할 수도 있다. 먼저 고백하는 게 왜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 고백을 듣는 쪽이 왜 우월감을 느껴야 하는가. 사람마다 감정의 진행속도가 다른데, 먼저 호감을 느낀 사람이 먼저 다가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중요한 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사람이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건 아름다운 감정의 발로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