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왼쪽 사진)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오른쪽 사진) | ||
새로 임명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와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는 주변의 기대 이상으로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두 조직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폭풍으로 신뢰성에
천성관 서울지검장의 검찰총장 임명은 두 가지 면에서 파격적이다. 하나는 영호남 인사 중에 차기 총장이 나올 것이라는 검찰 내부의 예상을 깨고 충청도 인사가 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임 총장보다 사시기수가 무려 3회나 아래인 탓에 향후 검찰 인사에 거센 후폭풍이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당초 청와대나 검찰 주변에서 차기 총장 후보로 가장 유력한 인물로는 권재진 서울고검장이나 문성우 대검차장 등이 거론됐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인사에서 검찰 장악력에 가장 초점을 맞춰왔었다. 검찰 조직이 조문정국 이후 내부적으로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이 부분을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청와대와의 교감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였다. 어차피 이번 정권은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권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여당 내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우세했다. 이런 여당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경우에는 권재진 서울고검장이 차기 총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하지만 권 고검장은 경북 안동 출신의 전형적인 TK 인사여서 거센 외부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청와대가 굳이 권 고검장이 아니어도 검찰과의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선다면 호남 출신의 문성우 대검차장과 명동성 법무연수원장이 임명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충남 논산 출신의 천 내정자 임명으로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게다가 사시 22회인 천 내정자는 임채진 전 총장(사시 19회)보다 3기수나 아래라는 점에서 검찰 관행에 따라 유력후보였던 인사들이 줄줄이 옷을 벗어야 할 전망이다. 권재진 서울고검장과 명동성 법무연수원장은 모두 사시 20기 출신이며 문성우 대검차장, 김준규 대전고검장, 문효남 부산고검장 등 21기 5명도 여전히 현직에 있다.
청와대나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천 내정자는 인선 막판에 급부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검장 재임시절 용산참사나
그러나 천 내정자의 앞길은 그리 순탄해보이지 않는다. 당장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다 야권에서는 중수부 폐지론, 특검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난관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천 내정자가 검찰 내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국세청에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된 것도 어쩌면 검찰청장 인사보다 더 파격이라 할 수 있다.
백 내정자 임명 전까지도 국세청장 후보로는 허병익 차장과 이현동 서울청장 등이 유력했다. 다만 검찰총장이 어느 지역 인사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조용근 한국세무사협회 회장이나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외부 인사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백 내정자는 논외의 인물이었다.
게다가 백 내정자는 현재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에 재임 중이어서 차관급인 국세청장에 임명된 것은 본인도 상당히 의외로 여겼다는 후문이다. 백 내정자가 인선된 배경에는 그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시작으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보좌한 경력이 주요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현동 서울청장이 워낙 현 정권 인사들과 가깝다는 점을 들어 정권을 잘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이 청장을 ‘히든카드’로 남겨뒀다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언론과 내부의 예상을 깨고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에 파격 내정된 두 인사가 ‘외우내환’의 상황을 어떤 ‘묘수’로 돌파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