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관광지에는 저마다 특색을 갖춘 인기 펜션들이 들어섰고, 이곳들은 최소 한 달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몇몇 펜션들은 개별 스파시설을 구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있다. 이른바 ‘스파펜션’이라고 불리는 이 특별한 펜션은 젊은 커플들과 아이를 가진 신혼부부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스파펜션은 말 그대로 스파시설을 갖춘 펜션이다. 웰빙 열풍과 맞물리면서 급부상하고 있는 스파를 펜션과 접목시켜 숙박객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올 여름 휴가의 신풍속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펜션들이 설치한 스파는 대당 수백만 원에서 비싸게는 수천만 원까지 갈 정도로 고가의 시설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들여오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파시설은 도심에 있는 전문 피부관리숍이나 스파시설에서 이용하면 30분에 수만 원을 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숙박만 하면 마음껏 즐길 수 있어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고가의 장비를 들여놓은 만큼 일반 펜션에 비해 숙박요금은 다소 비싸다. 성수기 기준으로 일반 펜션들이 1박에 15만 원 전후의 숙박비를 받는 데 반해, 스파펜션의 경우 대부분 20만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성수기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빈 방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때문에 이러한 스파펜션들은 대부분 포천 양평 홍천 평창 등 서울 근교에 집중돼 있다. 고가의 시설비를 뽑기 위해서는 성수기뿐만 아니라 비수기에도 꾸준히 손님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서울과의 접근성이 용이한 수도권 인근에 자리 잡은 것이다.
포천에서 스파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현 씨는 “4개월 전에 고가의 제트 스파를 설치한 이후로 비성수기인 지난 6월 평균 예약률이 95% 이상이었다”며 “숙박한 대부분의 손님들이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스파펜션 예찬론자들은 숙박비가 다소 비싸지만 실제로 여름 휴가비를 계산해보면 오히려 저렴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스파 펜션에 투숙하면 별도의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펜션 내부에서 물놀이 등도 할 수 있다. 펜션의 경우 숙박 이외에 특별히 즐길 거리가 없지만 스파펜션의 경우는 나만의 물놀이 공간이 있는 것. 게다가 대부분의 펜션도 그렇지만 스파펜션도 바비큐나 아침식사와 같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식사 준비를 따로 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여름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북적임이 없는 것도 스파펜션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대부분 펜션들이 커플 혹은 4인 가족 정도로 투숙객을 제한해 놓고 있는 데다가, 전체 객실 수가 적어 정원이나 산책로 등 휴식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스파 펜션으로 일찌감치 여름휴가를 다녀온 정현성 씨(27)는 “스파를 활용해 낮에는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밤에는 뜨거운 물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어서 굳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며 “숙박비는 다소 비싸지만 전체 비용은 오히려 바닷가나 산에 가는 것보다 적게 든다”고 말했다.
스파펜션이 커플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스파펜션들은 대부분 스파욕조를 객실과 붙어있는 노천에 설치해 두고 있다. 야외에서 별을 보면서 운치있게 스파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신 다른 손님들과는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을 조절했고 독립적인 공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 칸막이까지 설치하고 있다.
또한 스파를 즐기기 위해서는 수영복이나 혹은 스파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야외에 설치된 만큼 행여 타인이 훔쳐보는 불상사를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연인들은 옷을 입지 않고 단둘이 은밀하게 즐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스파펜션들은 최소한의 복장을 착용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커플 손님들은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
한 스파펜션 업주는 “어떤 커플 손님이 스파를 하고 난 다음 거품이 심하게 일고 과일향이 나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욕조에서 사용한 콘돔 때문이었다”며 “타인을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준 것인데, 몇몇 뜨거운 커플들은 오버를 하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스파펜션이 인기를 끌자 많은 펜션들이 덩달아 스파 시설을 갖추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지만 ‘짝퉁’도 적지 않다. 실제 스파가 아닌 월풀이나 2인용 욕조를 설치해두고 값비싼 요금을 받는 펜션도 있다는 것이다. 스파시설의 경우 정수를 통한 살균기능, 저주파, 음이온 발생 등 각종 건강 보조 기능이 제공되지만 월풀이나 욕조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 이와 같은 ‘짝퉁 시설’에 속지 않으려면 예약 단계에서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운영자들은 말했다.
봉성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