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회 공인중개사 시험 사전 문제유출 의혹 관련 재시험 요구 시위. 연합뉴스 | ||
지난해 10월 26일 제19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치러진 직후 중앙일간지에는 공인중개사 시험의 출제범위 이탈과 난이도 조절 실패, 문제오류 등을 지적하는 공인중개사 전문 학원장의 호소문이 게재됐다. 이어서 국회의사당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는 시험시행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부당하고 위법한 시험문제출제 및 시행과 관련, 항의하는 집회가 수차례 벌어졌다. 이후 응시생들은 오류투성이 문제들로 인해 부당하게 불합격처리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이 가장 심각하게 문제 삼는 것은 오류가 있는 문제가 너무 자주 출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19회 시험에 응시했다가 불합격 판정을 받은 A 씨는 “문항이 아예 잘못됐거나 5지선다형의 답항이 모두 틀린 경우도 있다. 또 경제학원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수요함수식의 산출문제를 출제되거나 시중은행이 은행연합회의 지침을 받아 작성한 ‘주택담보대출 핸드북’에 의거한 문제도 출제됐다. 심지어 문제의 기본조건도 알려주지 않고 답을 찾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법률조문을 출제자가 임의로 해석하여 출제하기도 했다”며 “한마디로 국가자격시험으로는 믿기 어려운 수준의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사실 공인중개사 시험문제의 오류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제의 오류 및 정·오답을 둘러싼 논란은 해마다 끊이지 않았으며 일부는 오류를 인정, 수정되기도 했다. 최근 2001년부터 지금까지 치러진 시험 중 18회인 2007년 때만 오류가 없었을 뿐 거의 매년 오류가 발생했다. 특히 14회 땐 12문항이, 15회 땐 20문항이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을 통해 수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19회 시험도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오류 논란에 휘말린 문제들이 다른 해에 비해 월등히 많다.
19회 시험의 경우 이의신청이 이뤄진 문제는 5과목 총 200문제 중 무려 38문제(1차 24문항, 2차 14문항)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세 문제는 오류가 인정돼 수정이 되었다. 그러나 수험생 1000여 명은 나머지 문제에도 오류가 있다고 주장, 불합격처분에 불복하고 지난 2월 23일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행정심판을 청구한 지 약 5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 재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법에 따르면 재결은 피청구인인 행정청 또는 위원회가 심판청구서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하기로 되어 있고 부득이한 경우 30일을 연장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행정심판을 청구한 C 씨는 “만약에 사법시험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했겠는가. 아주 작은 오류만 있어도 난리가 났을 것이고 즉각 처분이 이뤄졌을 것이다. 응시자들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재결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행정심판위원회 측은 “판단이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서는 외래감정의뢰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재결이 이뤄지지 못 하고 있다. 현재 외래 감정은 모두 마무리됐지만 자체적으로 정리가 안 된 부분이 있어서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청구인과 피청구인 간의 주장이 팽팽한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불황과 조기퇴직, 실업 등의 영향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학자들과 수험생들은 “자격시험 시행과 관련해 출제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분란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