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하지만 실제 정수장학회의 힘은 ‘막강한 인맥’이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이 장학회 출신들이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는 4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상청회’라고 하는 조직이 자리잡고 있다. 정수장학회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를 가리켜 통칭 ‘정수가족’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62년 장학재단 설립 이후 최근까지의 3만여 명이 넘는 장학생 명단을 보면 막강한 상청회 인맥의 실체가 드러난다. 김기춘 전 상청회장 등 17대 현역 국회의원만 현재 5명에 이른다. 안병영 교육부총리 등 행정계 관료와 주선회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법조계 인사들도 수두룩하다. 이른바 ‘정수 인맥’을 최초 공개한다.
정수장학회에서 소개하는 소위 ‘정수가족’은 이렇다. ‘정수장학회에는 청오회와 상청회라는 조직이 있다. 청오회는 장학금을 받는 재학생들로 구성되고, 상청회는 재학 당시 정수장학금을 수혜받고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따라서 졸업과 동시에 청오회원은 상청회원이 되는 것이다. 현재 2만2천여 명의 정수가족들이 사회 각층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본지가 파악한 정수장학회 배출 장학생은 62년 5·16장학회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약 3만1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청회의 한 관계자는 “정수장학생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상청회원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상청회 회칙을 보면 ‘각급 학교 재학 당시 5·16장학금 또는 정수장학금을 수혜한 자’로 규정하고 있어 회칙상으로는 이들이 모두 상청회의 회원이 될 자격 요건을 갖춘 셈이 된다. 현재 상청회는 중앙회와 14개의 지회로 구성되어 있다.
상청회의 설립 연도는 66년인데, 회칙에는 ‘5·16장학생(현 정수장학생) 회원 상호간의 유대를 견고히 하며 학술 연구, 후배양성 및 사회봉사 활동을 통하여 협동정신을 길러 양과 질적으로 우수한 이 나라 동량지재의 기틀이 되고자 한다’는 설립 취지를 밝히고 있다.
상청회는 정계 관계 재계 학계뿐만 아니라 법조계 의료계 언론계 등 다방면에 모두 진출해 있다. 회원들은 장학금을 받던 재학생 시절부터 청오회라는 조직을 통해 결속력을 다지고, 선배들과의 잦은 접촉 등으로 인해 ‘동문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여느 장학회와는 달리 대단한 결속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 안병영 부총리,김기춘 의원,오제세 의원,채수찬 의원,손봉숙 의원 (왼쪽부터) | ||
그는 “초창기 장학회 사무국은 열정이 넘쳐 있었다. 장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뜨거웠었다. 군복무를 하고 있던 장학생 출신 군의관들조차 휴가를 반납하고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했을 정도였다”며 끈끈한 결속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정수장학회측은 상청회원이 되는 역대 장학생 명단의 공개를 꺼리고 있다. 상청회의 한 관계자는 “굳이 정수장학생 출신이라는 것을 드러낼 이유도, 감출 이유도 없었다. 최근 정수장학재단이 정가에서 화제로 떠오르면서 우리 모임이 여론의 주목을 받았지, 지금껏 상청회라는 이름도 잘 몰랐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박근혜 의원이 대선주자로 부각되던 지난 2002년 그의 인맥을 다루면서 상청회가 처음 언론에 소개된 바 있지만, 그 구체적인 인적 구성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일요신문>이 입수한 상청회 임원진 명단과 3만여 명에 이르는 정수장학금 수혜자 명단을 통해서 소위 말하는 정수가족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명단을 통해 보면 지난 40여년 동안 정수장학회 인맥이 우리 사회 저변에 상당히 폭넓게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상청회 내부의 한 통계자료를 보면 전체 회원들의 직업군 가운데 10%가 대학교수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 교사들까지 합치면 교육계 종사자가 거의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기업체 임직원, 공무원 등 행정계 관료, 판·검사 및 변호사 등의 법조계 인사, 언론계 인사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오 원장은 “70년대 말 즈음부터 상청회원들이 서서히 사회의 중진에 오르기 시작했고, 81년 최초의 상청회원 국회의원이 출현하면서 정치권쪽에도 진출이 무르익었고, 90년대에 진입하면서 각 대학에 상청인 교수들이 상당히 늘어났다”고 밝혔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계 인물들이다. 정수 인맥 가운데 지난 81년 가장 먼저 국회에 진출한 이는 현경대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회장만 8년간 역임한 바 있는 현 전 의원은 역시 지난 6년 동안 회장을 지낸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상청회를 대표하는 양대 축으로 알려져 있다.
▲ 김학원 의원,현경대 전 의원,신승남 전 검찰총장,주선회 헌재 재판관,신문선 해설위원 (왼쪽부터) | ||
법조계 인사들도 상당히 많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은 70년대 상청회 섭외부장을 맡는 등 동문활동에 열성적이었고 지금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선회 헌재 재판관 역시 신 전 총장과 함께 현재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심일동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안승군 전 서울고검 형사부장, 임성재 전 서울지검 공판부장, 허만 부산고법 부장판사, 문용선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성영훈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 등 전현직 판검사 출신은 수두룩하다. 지난 5월까지 민변 사무총장을 지냈던 김선수 변호사도 여기에 포함된다.
안병영 교육부총리 등 행정관료 출신들도 많다. 지난 83년 아웅산 사태로 숨진 서석준 전 경제부총리는 상청회 첫 장관으로 기억되며 정수가족들에게 상당한 자긍심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밖에도 윤성태 전 보사부 차관,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홍장희 외교안보연구위원, 임상규 전 과기부 차관, 김춘석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심사평가심의관, 김학렬 한국은행 국제협력실장, 김오섭 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 등 눈에 띄는 인사들이 많다.
현역 군인들도 제법 있는데 대표적 인사로는 오승렬 합참 차장과 현재 상청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오세인 합참 기무부대장 등이 있다. 현재 상청회장은 전영구 서울시 약사회장이 맡고 있다.
방송·체육계 인사로는 신현필 전 MBC 뉴미디어국장, 신문선 SBS 축구해설위원, 양상문 프로야구 롯데 감독, 인기 아나운서 정은아 등이 있다.
하지만 정수 인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학계 인사. 오 원장은 지난 2002년 당시 “지금 상청회원 교수들의 수는 전국 1백17개 대학 3백60명에 이르는 괄목할 만한 증가를 보였고, 한 대학에서는 상청인 교수들끼리 총장 경합을 벌여야 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대학 재학중 이공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장학 사업을 주로 벌인 탓에 정수장학회 출신들은 여기서 일일이 다 거론하기 힘들 만큼 오늘날 국내 학계의 중추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로는 지난달 RNA를 이용한 활성형 단백질 제조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서 화제를 낳은 연세대 생명공학과 성백린 교수와 국내 비평이론의 일인자인 경희대 영문과 도정일 교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