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드시스템은 IT 사업을 하던 벤처기업으로 한때 주식시장의 ‘블루칩’으로 각광을 받으며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사업들이 대부분 허위로 드러나면서 이 회사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엄청난 돈을 잃었다. 또한 피해자들이 산 주식이 대부분 등기가 되어 있지 않은 허위 주식에 불과해 사실상 ‘휴지조각’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식 중개를 주도한 브로커 오 아무개 씨는 구속돼 수감 중이며 회사 대표는 잠적해 경찰이 수배 중이다.
문제는 이번 사건에 고위공무원, 기자, 교수 등 사회 지도층도 다수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노드시스템에 투자했다 피해를 본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피해를 더욱 키운 당사자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한 <일요신문>의 취재 결과 노드시스템 관계자의 계좌에서 지난 대선 때 아무개 후보 대선조직의 사무실 임대료를 지불해온 흔적이 발견되는 등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는 노드시스템 사기사건의 새로운 의혹들을 추적했다.
노드시스템은 2006년 러시아와 휴대폰 수출계약을 따낸 데 이어 2007년 러시아 와이브로 사업 독점권을 획득했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잇따른 호재가 터지면서 500원이던 주가는 한때 장외시장에서 2000원까지 급등했다. 중소기업청에서 노드시스템의 특허를 2조 원으로 평가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대규모 독점 계약 발표 이후 유상증자도 잇달았다. 이 회사 이 아무개 전 사장은 신문·방송 등에 ‘올해의 CEO’로 소개되는 등 성공한 벤처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일부 투자자들은 자신의 전 재산까지 쏟아 부었고 심지어는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기까지 했다. 증권가에선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을 거위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노드시스템이 공시했던 사업들이 대부분 허위로 밝혀졌다. 상당수 주식들마저도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미등기 주식이었다. 회사 측의 발표와 언론 보도를 믿었던 투자자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보상받을 길은 전무했다.
경찰은 이 전 사장과 주식 거래를 중개한 브로커 오 아무개 씨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허위 주식을 총 1억 2000만 주나 시장에 유통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수천 명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전 사장 이 아무개 씨가 자신이 정·재·언론계 인맥을 꿰차고 있는 것처럼 행세했기 때문이다. 한 피해자는 “이 전 사장은 자신이 모 대학 출신이며 정치권 유력인사 A 씨와 가깝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또한 유력 언론 및 방송 등이 노드시스템과 이 전 사장에 대해 대대적인 보도를 하면서 그의 말은 사실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노드시스템과 관련한 모든 것들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이 전 사장의 인맥도 결과적으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최근 기자는 ‘이 전 사장과 정치권 혹은 기자들의 유착이 반드시 거짓은 아니다’는 의외의 말을 접할 수 있었다. 노드시스템 전 임원 B 씨를 잘 알고 있는 한 인사에 따르면 지난 17대 대선 기간 노드시스템 모 임원 계좌에서 한 대선 후보의 외곽 조직인 여의도 사무실 임대료가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별 다른 재산이 없는 B 씨가 어느 날부터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기 시작했으며 실제 통장에 매달 거금이 찍히는 것이 궁금해 물어봤더니 자신이 하는 사업이 크게 성공해 투자자들이 줄을 섰으며 정치권에서도 뒤를 봐주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B 씨는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내역도 확인해줬다고 한다. 이 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투자자들의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수사결과에 따라 정치권도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그는 또한 이번 사건을 보도한 일부 기자들도 노드시스템 주식에 투자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사장이 실제 언론계에 인맥이 있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노드시스템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기자들의 대서특필도 한몫했다. 여기에는 상당수 기자들이 노드시스템에 직접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력 경제지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청이 노드시스템의 특허 규모가 2조 원이라고 평가했다’는 노드시스템의 발표를 별다른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계약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 이를 근거로 또 투자자들을 유인해 거액을 끌어 모으는 등의 수법을 썼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드시스템의 호재를 대서특필했던 언론들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사기사건임이 드러났는 데도 외면했다. 일부 매체는 희대의 사기사건을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의도했든 아니든 일부 기자들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휴지조각과 같은 주식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어 준 모양새가 됐다.
올 초까지만 해도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사기가 맞다’ ‘더 기다려봐야 한다’로 의견이 갈렸던 이번 사건은 현재 사기사건으로 확실히 결론이 난 상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은 영등포 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됐다 다시 검·경 합동 수사반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들도 회복위원회를 꾸려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와는 별도로 공모자들을 검찰에 구속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사건을 수사했던 한 경찰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거짓인 희대의 사기사건’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희대의 사기사건 뒤에는 사회 지도층의 방조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