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 ||
박훈희 칼럼니스트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은 킹카와 화끈한 하룻밤을?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뉴욕에서는 가능한 일이 된다. 3초간의 눈빛 교환으로 나의 호감도를 체크한 한 남자가 내게 “어디서 왔어?”라고 질문을 했고, 몇 가지 얘기를 주고받다가 “나 내일 이 앞 건물에서 열리는 프라이빗 파티에 가려고 하는데, 올래?”라고 하면서 내 이메일 주소를 물어본 것이다. TV에서나 보던 장면이 아닌가. 뉴욕에서 남자를 사귀는 일은 이렇게, 거짓말처럼 쉬웠다. 후배의 말을 빌자면, 서양 남자는 동양 여자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데다가, 나처럼 가슴이 풍만한 스타일의 동양인은 그들에게 먹히는 스타일이라나.
그 순간, 뉴욕에서 살고 있는 후배가 너무나 부러웠다. 매일, 어떤 장소에서건 새로운 남자와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고, 서로를 유혹하고 섹스를 할 수 있는 도시에 산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언제고 바람을 피울 수 있는 남편 혹은 아내와 함께 산다는 일은 긴장되고, 짜릿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섹시하게 가꾸는 것에 게을러지지 않을 것이고, 섹시함을 어필하는 상대와 함께하다 보면 권태기도 줄어들 테니까. 때로는 섹슈얼한 도시가 인간을 섹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섹시한 인간은 섹스를 제대로 나눌 줄 안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네 명의 여자가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섹스담을 얘기하는 것도 TV 속 설정만이 아니다. 일요일 아침에 뉴욕의 카페에서 모인 후배 두 명과 나는 어느 새 지난 주말의 섹스담을 털어놓고 있었다. 특히 섹스 칼럼을 쓰는 나는 외국인과의 섹스가 한국인과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한국 남자들에 비해서 페니스가 크지. 백인들은 길고 물렁물렁한 것 같고, 흑인들은 길면서도 딱딱해.” “크고 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야. 난 저번에 흑인과 섹스를 하는데 너무 아파서 중단했다니까. 나는 아파죽겠는데 그는 귀두만 내 안에 들어간 정도였던 거야.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더 이상 못하겠더라고. 그런데 그때 그 흑인 남자의 애티튜드가 매우 감동적이었어. 자기는 괜찮다면서 조금 있다가 다시 하면 괜찮을 거라고 나를 달래는 거야. 그러고는 한참을 애무하면서 내 몸의 긴장을 풀고, 내 몸을 열어내더라고. 그와 그날 밤에 결국 섹스에 성공했어.”
“내가 만난 흑인은 진짜 오래 하더라. 한 번의 섹스에 사정을 세 번이나 하더라구. 처음에는 콘돔이 찢어진 줄 알았어. 섹스를 하다말고 콘돔을 바꾸기에 뭐하나 했는데 사정을 했던 거야. 그런데 신기하게 사정을 하자마자 다시 발기를 했는지 섹스를 계속하더라구. 그날 밤 내가 한 번의 오르가슴을 느낄 때 그는 세 번이나 사정을 했잖아.”
“나는 그 반대였어. 그가 한 번 사정할 때 나는 세 번이나 오르가슴을 느꼈거든. 그가 얼마나 오래토록 섹스를 하는지, 섹스 후에 녹초가 될 정도였다니까. 사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여자가 만족을 하건 말건 자기만 만족하면 사정하고 끝내버리잖아. 그런데 여기 와서 섹스를 해보니, 외국 남자들은 전혀 달라. 여자가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삽입 섹스를 하거든.” 등등의 이야기가 쉼 없이 이어졌다.
뉴욕에 사는 여자들은 페니스의 크기에 대한 얘기보다 그들이 얼마나 여자의 오르가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지에 대해 집중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남편과의 섹스에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 아내가 욕실에 들어가 남편 몰래 자위행위를 하면서 절정을 느끼고서야 잠자리에 든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흔한가. 그러나 뉴욕에서 남자가 ‘사정 후 나 몰라라’ 하는 애티튜드를 보인다면, 뺨맞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의 체력이 여자의 그것에 미치지 못해서 사정을 했을지라도, 여자가 사정을 할 때까지 모든 도움을 자처한다. 자신의 페니스를 다시 일어나게 만들든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커닐링구스를 하든지, 아니면 시간을 두고 한 번 더 하든지, 어쨌든 여자의 마지막 만족을 보장하는 것이다.
후배의 남자친구는 섹스를 할 때마다 막바지가 되면 “Come? I Wanna come with you”라고 귓속말로 묻는다고 한다. 여자가 오르가슴의 절정에 이를 때 자신도 사정을 하고 싶다며 사정의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 남녀가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낄 때 남녀 모두 최고의 절정을 느낄 수 있다고 수없이 들어왔지만, 나는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 남자는 본 적이 별로 없다. 뉴욕에 오니, 삽입만 했다 하면 자신의 쾌락에 취해 피스톤에 질주하는 남자들에게 강하게 조언하고 싶다. ‘제발 속도 조절 좀 하세요’라고 말이다.
▶ 박훈희 씨는 <유행통신> <세븐틴> <앙앙> 등 패션 매거진에서 10년 이상 피처 에디처로 활동하면서 섹스 칼럼을 썼고, 현재 <무비위크>에서 영화&섹스 칼럼을 연재 중인 30대 중반의 미혼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