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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서울 강남에 위치한 I 한의원은 강남 일대에서는 ‘용한 병원’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다. 이 병원의 H 원장(45)은 몇 해 전 소변과 관련된 책자를 발간해 인기를 끌었던 인물로, 각종 언론매체에 자문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I 한의원이 남성 성기능 질환 전문 한의원으로 탈바꿈한 것은 올 4월부터. 병원의 경영사정이 나빠지자 A 씨가 경영에 뛰어들면서 “전문성을 지닌 한의원으로 운영하자”는 권유를 했고 H 원장이 이를 수용했던 것.
아이러니하게도 I 한의원의 비리를 폭로한 사람은 바로 H 원장을 도운 A 씨. 그는 이 한의원에서 퇴사한 이후 관련 내용을 폭로하고 있다. 그가 왜 한때 몸담았던 한의원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도 있는 내용을 폭로하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 않다. 그러나 A 씨의 폭로는 단순 음해성 폭로로 보이지는 않는다. A 씨 외에도 여러 명의 이 병원 직원들이 “금지된 마약 성분인 ‘요힘빈’이 들어간 한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지난 5월 중순경, 원장이 새로 만든 정력제라며 나눠준 약을 몇 봉지 받아 다른 직원들과 나눠 먹은 후 갑작스런 심신 이상증세를 겪었다고 한다. 약을 먹고 몇 시간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던 것. 평소 고혈압이 있었던 그는 혈압이 155까지 상승해 기절했고 반나절 동안 침을 맞고 나서야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당시 상황을 입증하기 위해 직원들 여러 명이 서명한 사실확인서를 보여주었다.
이곳에 근무했던 간호사 B 씨는 아예 자신이 “임상실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5월경 우울증 진단을 받은 B 씨는 “새로 나온 우울증 치료제니 한 번 먹어보라”며 한 원장이 건네준 약을 먹었고 10분 단위로 경과 체크를 지시받았다. 당시 B 씨를 목격한 다른 직원들은 “약을 먹고 B 씨가 혼자 웃으며 침을 흘리는 등 환각 증세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이후 B 씨는 이 약에 돼지발정제로 쓰이는 요힘빈이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원장에게 “내가 동물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약의 실험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가 회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고 한다.
I 한의원이 이런 심각한 후유증을 겪은 후에도 이 약을 일반인들에게 계속 팔아왔다고 관계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이 한의원에 문의했을 때도 “60팩짜리 한 박스에 40만 원”이라는 말과 함께 “발기부전제를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원래 한약제 처방은 개인상담에 따라 처방하게 돼 있지만 이 한의원은 아예 의사의 처방없이 판매하고 있는 것.
또 A 씨에 따르면 I 한의원은 그동안 강남 일대 재력가들을 따로 관리하며 이 약물을 판매해왔다고 한다. A 씨는 “H 원장은 환자가 강남에 사는 사람이거나 혹은 재력가들로 보이면 약값을 300만 원까지도 받았고 이들을 따로 관리해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I 한의원은 이 같은 A 씨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오히려 “A 씨가 병원을 빼앗기 위해 모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H 원장은 직원들이 약을 복용한 과정에 대해서도 “A 씨와 B 씨 등이 새로 만든 정력제를 한 번 먹어 보고 싶다고 해서 줬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5월 A 씨에게 직접 건네 준 약봉지에 요힘빈이 들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시판할 목적이 아니었다”며 일반인들에게 판매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강력하게 부인했다.
H 원장은 또 “A 씨를 현재 검찰에 고발했으며, (A 씨의 주장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서초경찰서에서 수사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서초서 지능팀의 한 경찰은 자신들이 I 한의원과 관련해 수사하고 있는 내용은 “마약류나 불법약제 판매 의혹에 대한 것이 아니다”고 말한 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병원 경영 관련 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