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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2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 김대중도서관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
각각의 전직 대통령과 가진 40분 가량의 비공개 대화도 주목받았다. 대체로 여야 대표가 방문하면 사진을 찍은 뒤 정치적 발언을 주고받고 헤어지는 게 관례다. 이번처럼 장시간 비공개 대화를 많이 나눈 경우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박 대표는 전두환씨 그리고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각 40분가량씩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특히 한나라당이 주목하는 것은 박 대표가 전직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지도력을 보완하고 야당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의 야당생활을 통해 최고지도자에 오른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은 박 대표에게 여러 가지로 유익한 결과물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박 대표는 전직 대통령과의 만남에 많은 준비를 했고, 만남 결과에도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한 것에서 드러나듯 발언 하나하나를 준비했다. 더구나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은 당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건의가 있었고, 만남을 통해 어떠한 얘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박 대표가 여러 의견을 청취한 뒤 실행에 옮겼다.
박 대표가 만난 전직 대통령은 대부분 박 대표에게 호감을 표시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우려를 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YS는 공개대화 때도 “이제부터 잘 해야지… 야당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되는 것이다. 야당은 반대당이라고 했다. 야당은 반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뜻이다”면서 야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YS는 박 대표에게 “야당이 국민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을 해야한다”면서 “박 대표가 책임이 크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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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부터) | ||
사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박 대표를 스스럼없이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굳이 따지자면 최규하 전 대통령만이 박 대표를 진심으로 반길 수 있는 처지일 뿐 나머지 전직 대통령은 약간씩 껄끄러운 면을 갖고 있다.
전두환씨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 밑에서 성장했지만, 정권을 잡은 뒤 박정희 전 대통령 세력을 상당히 억압한 편이다. 박 대표도 전두환 정권 시절 신군부에 대해서는 섭섭한 감정을 많이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두환씨는 실제 박 대표와 만남에서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전씨는 자신이 청와대에서 있었던 시절 얘기만 애써 했을 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화메뉴로 삼고 싶어하지 않는 듯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신시절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다. YS의 입장이라면 박 대표가 야당의 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다만 DJ와 박 대표의 만남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DJ는 동서화합을 인생의 마지막 목적으로 두고 있는 사람이고, 박 대표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생겨난 지역감정을 치유해야 할 역사적 운명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대척점에 있지만 현재의 목적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다. 박 대표가 북한을 방문한 것도 DJ정부 시절이다. 박 대표의 정치적 활동 공간이 확장된 것도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이 아닌 DJ정부 시절이다.
DJ는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추진, 산업화 세력과의 화해를 추진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박 대표와 가장 할 말이 많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다. 물론 DJ를 껴안아야 한다는 박 대표의 정치적 목적도 작용했을 것이다.
박 대표는 DJ를 만났을 때 “아버지 시절에 심려와 고생을 시켜드린 것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호남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게 적은데 앞으로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면서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다했다.
DJ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부여한 것에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면서 “그 문제(박정희 기념관 건설)를 푸는데 최대의 정적으로서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듣기 좋은 얘기를 많이 했다.
DJ는 더구나 “국민과 기업이 희망을 갖고 있지 못하고, 국민이 지금 희망을 버린 상태다”면서 노무현 정부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열린우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들의 만남이 있은 후 필자에게 “DJ가 완전히 총기를 잃어버린 것 같다. 발언이 너무 나간 것 아니냐”고 불만스러워했다. 그만큼 박 대표와 DJ는 첫 만남을 통해 각자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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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씨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왼쪽부터) | ||
전두환씨는 박 대표에게 “강서구가 강남에 있느냐”고 말했다. 박 대표가 새로 옮긴 당사가 강서구 염창동에 있다고 한 데 대한 전씨의 대답이다. 또 기득권을 버리고 일부러 조그만 당사를 찾아간 박 대표에게 “당사는 나중에 돈 벌어 큰 곳으로 옮겨가면 된다”고 말해 박 대표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YS도 분재를 선물로 들고온 박 대표에게 “나무를 못 크게 만드는 것인데…”라며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 박 대표가 “꽃은 죽지만 나무는 계속 산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번 전직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여야 당수가 의례적으로 전직대통령을 찾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빚어졌다.
한나라당 상당수 의원들은 “박 대표가 정체성 문제를 제기해놓고 쿠데타를 통해 정체성을 잃었다는 법원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굳이 왜 찾아가느냐”고 비판했다. 사실 박 대표는 DJ를 찾아가기 위해 어쩔수 없이 나머지 전직 대통령들을 구색맞추기로 끌어들인 측면이 있다.
전직 대통령과의 관계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인 셈이다. 어쨌든 전직 대통령 방문은 박 대표에게는 손해보다 남는 장사였다는 게 중론이다.
이필지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