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6개월의 연애를 끝낸 K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고 K 씨는 그를 사랑했다. 한때는 결혼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과의 만남이 우선이었던 그가 언제부턴가 자투리 시간에 데이트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부속품같이 느껴지는 게 싫어졌다. 반복되는 일상처럼 굳어져가는 관계를 되돌리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투정도 부리고 잔소리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 “헤어지자”는 폭탄선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 말이 현실이 될 줄 꿈에도 몰랐으니 완전히 작전 실패.
그는 헤어지자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돌아섰다. 헤어지자고 하면 그가 정신 차릴 줄 알았는데, 정신 바짝 든 건 바로 자신이었다. 정말 헤어질 마음은 아니었다고 뒤늦게 그에게 매달려도 봤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그와 헤어지고 난 뒤에 K 씨에겐 ‘내가 판 함정에 내가 빠졌다’는 후회가 찾아들었다.
K 씨에게서 볼 수 있듯 남녀관계에선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기선을 잡는다거나 상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마음에도 없이 “헤어지자”고 하는 건 결국 자기 무덤 파는 셈이다. 연애상담을 하다 보면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이런 함정에 잘 빠진다. ‘그를 사랑해서’ 혹은 ‘더 많이 받고 싶어서’라면 차라리 그렇다고 솔직히 얘기하라.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내 스타일이 아니야.”
오늘도 M 씨는 친구가 주선해준 미팅 상대에 대해 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친구는 화가 났는지 “무슨 스타일, 구체적으로 뭔데?”라고 따져 묻는다. 물론 M 씨는 즉답을 피한다. 그 자신도 그녀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는지 딱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M 씨는 늘 이런 식이다.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든다” “느낌이 안 온다” 같은 애매한 말을 밥 먹듯이 한다.
아마도 M 씨는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마음을 건넬 상대를 찾지 못하는 것은 그가 구체적인 정립해놓은 이성상 혹은 이상형이 없기 때문이다. 이성상이나 이상형 같은 단어가 이성에 대한 자신의 포괄적인 취향을 나타낼 때 흔히 사용되고 하지만 그 뜻이 참으로 애매할 때가 많다. 필자의 경험상 보통의 젊은 남녀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이성상이나 이상형을 갖고 있지 않다. “스타일이 별로라서…”란 말을 자주 쓰곤 하는데, 스타일이란 남녀를 둘러싼 여러 함수관계에 의해 결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선 외모나 성격 같은 특정 부분에 국한하거나 그냥 왠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스타일 운운하곤 한다.
이성상 이상형 스타일 같은 단어들의 진짜 뜻이 무엇이든 간에 순간적인 감정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상대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게 좋다. 상대의 장점을 알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신과 맞닿는 부분이 제법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과 어울리는 이성에 대한 가치관도 정립되기 마련이다.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