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로 ‘독(poison)’이라는 뜻의 바이러스는 크기가 일반 세균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계속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의학이 아직도 감기의 특효약을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도 바로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신종플루는 사람의 인플루엔자와 돼지, 조류의 인플루엔자가 돼지에서 섞이면서 보다 강력한 신종 바이러스로 변종한 것이다. 돼지와 사람이라는 종간 벽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감염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불안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원래 바이러스는 다른 종에게 감염되더라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숙주 안에 다른 바이러스가 있는 경우 쉽게 결합해 위협적인 변종으로 바뀔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유전자 하나를 바꾸었더니, 곧바로 쥐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한 사례도 있다.
다행히 현재의 신종플루는 전염성이 강하기는 해도 일반 계절성 독감보다 치명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조류 인플루엔자와 결합할 경우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칠레의 경우 칠면조에서 신종플루가 발견됐다고 밝혀 조류 감염 확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몇 년간 아시아에서 유행했던 조류독감(AI)도 사람의 인플루엔자가 조류의 인플루엔자와 재조합되면서 신종 인플루엔자로 바뀐 것이다.
동물로부터 넘어온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게 된 원인이 뭘까. 인간이 생활반경을 넓히면서 야생동물, 가축과의 접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류독감은 사람과 가축의 주거 환경이 분리되지 않은 베트남 등에서 주로 유행했다.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가축을 밀집사육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결국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동물이 다양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보다 강력한 바이러스를 양산하고, 이 바이러스에 인간이 감염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넓게 보면 에이즈나 광우병도 동물의 질병이 인간으로 넘어온 경우에 해당된다.
‘세계화’도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과 관계가 깊다. 신종플루나 조류독감, 사스 등 신종 바이러스 질환은 비행기나 선박 등 교통수단을 통해 보다 빠르게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때문에 ‘에어플레인(Airplane) 바이러스’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5~6년 사이에 411명이 감염돼 265명이 숨진 조류독감보다 신종플루는 그 속도가 몇 배 빠르다. 변종 바이러스의 전염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계속되는 신종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뭘까. 신종플루의 경우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지만 100%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예방만이 최선이다.
안산중앙병원 내과 김지홍 과장은 “위생상태가 나쁠수록 잘 감염되므로 외출 후,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20초 이상 골고루 씻는 것이 요령. 손을 씻기 힘들 때는 알코올이 들어 있는 손소독제를 사용해도 좋다.
또한 평소 면역력을 높이는 습관을 들인다. 흡연이나 과음, 과로를 삼가고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한다.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견과류 등에는 면역력을 높이는 비타민 A·C·E가 풍부하다. 특히 알로에나 녹차, 귤, 카레 등의 식품은 항바이러스 효과가 기대된다. 짜지 않은 김치나 요구르트 등의 발효식품도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안산중앙병원 내과 김지홍 과장